1. 방송
가. 역사적 실존인물 소재의 드라마와 명예훼손 (드라마 ‘서울1945’ 사건, 영화 ‘실미도’ 사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역사적 실존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은 흔하다. 특히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작품의 경우에는 거의 필수적이다. 이 경우에 작품의 현실감을 높이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러한 장점은 평가나 묘사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당사자나 유족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여기서 명예훼손 성립을 둘러싼 ‘영원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며, 특히 현대사 인물이 경우에는 역사학자들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동시대 인물의 평가라는 곤란한 작업을 사법부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에 최근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들이 있었다. 하나는 KBS TV 드라마 ‘서울1945’에 관한 판결(형사사건 : 대법원 2010.4.29.
2007도8411, 민사사건 : 2010.6.10. 2010다8341, 8358(병합))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역사드라마의 경우 역사적 사실은 당대에 있어서도 그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아니한데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실체적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관계로 이를 소재로 드라마를 창작, 연출함에 있어서 명백하여 다툼이 없거나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되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묶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어서, 그 필연적 현상으로 연출자 등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적 해석 및 평가와 예술적 창의력을 발휘하여 허구적 묘사를 통해 객관적 사실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마련이고,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역사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주로 하는 기록물이 아닌 허구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인 경우에는 이를 당연한 전제로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위 허구적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 부분만을 따로 떼어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허위라거나 역사적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하고 명예훼손 성립을 부정하였다.
두 번째는 영화 ‘실미도’에 관한 판결(대법원 2010.7.15. 2007다3483)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역사드라마에 있어서 위법성조각사유의 판단에 대한 리딩 케이스(‘광복 50주년 기획드라마 김구’ 사건, 대법원 1998.2.27. 97다19038)를 기준으로 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러한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지만, 이것이 일반화될지 여부는 추후 판례를 기다려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 사이의 분쟁
iPhone의 출시나 ‘미디어법’ 통과 등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보호하려는 노력과 경쟁들은 사회 곳곳에서 ‘저작권’이라는 모습으로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System Operator)간에 지상파방송의 재전송을 둘러싼 저작권료 지급 분쟁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에서 지상파 방송3사는 SO의 대표격인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을 신청했고,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서울중앙지법 2009.12.31. 2009카합3358).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보전의 필요성이 부정되었을 뿐,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던 피보전권리 즉 지상파방송사의 저작권(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한 것이어서, 현재 진행 중인 본안소송 등에 있어서는 지상파방송사가 좀더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SO가 지상파방송을 수신하여 실시간으로 가입자에게 재전송한 것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수신보조행위에 불과한 것인지였으며, 이에 법원은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이른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수신보조행위’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청자의 수신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넘어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하는 경우 이는 수신보조행위라는 명목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방송법 제78조의 특정 공영방송의 의무재송신 규정의 해석과 이 사건 재송신방식(수신설비 관리주체, 전파의 가공정도, 방송수신대가의 존부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피신청인의 재전송행위는 가입자가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편리하게 수신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정도를 넘어 이 사건 방송신호를 자체 설비를 통해 수신, 가공하여 피신청인의 방송서비스에 포함시킨 후 독립한 사업자의 지위에서 이를 가입자에게 ‘동시재송신’하여 신청인들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저작권법상 공중송신권 및 복제권에 대해서는 신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상저작물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였다.
2. 인터넷, 게임
가. 인터넷상 TV프로그램 녹화서비스에 관한 저작권분쟁(‘엔탈 사건’)
저작권법은 일정 한도에서 개인의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저작권법 제30조). 그런데 이러한 개인의 사적 복제를 도와주거나 편리하게 해주는 기기와 서비스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저작권자들과의 사이에 이러한 기기와 서비스의 적법성이 종종 문제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복제행위의 적극적 주체가 누구인가’ 혹은 ‘시스템의 관리주체가 누구인가’ 등이 주된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고, 이에 따라 판례에서의 결론도 서로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엔탈 사건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엔탈(ental.co.kr)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가입 회원들이 TV 프로그램 녹화예약 신청을 하면 방영 중인 TV 프로그램을 동영상파일로 인코딩하여 위 사이트 서버에 저장한 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송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이에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인 방송사가 저작권침해를 주장했다. 대법원(및 원심)은 “비록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녹화 여부가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용자들의 녹화예약신청내역이 암호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이 사건 복제행위를 포괄적으로 의도하고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복제행위를 전체적으로 통제 및 관리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복제행위의 주체는 피고라고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민사사건 : 대법원 2009.9.24. 2009다39738, 형사사건 : 대법원 2009.10.15. 2009도5454). 위 판결들의 원심들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시스템의 관리 시스템, 서비스의 운영형태, 프로그램의 보호필요성, 손해와 수익 발생형태 등을 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사건 녹화시스템의 전체를 조달, 구축하여 피고의 점유, 관리하에 있고 피고가 그 작동을 점검, 감시하고 장치의 보수와 교체 등을 담당하는 점(이 점에서 이용자들이 녹화기기를 점유하고 통제·관리하는 VCR(Video Cassette Recorder)이나 일반 DVR(Digital Video Recorder)의 경우와 다르다)을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한편, 미국에서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판결이 있었다. 즉, 미국의 3대 MSO인 Cablevison 회사가 제공하는 중앙서버 저장식의 소위 ‘remote DVR’ 서비스(저장서버가 가입자의 점유 또는 관리하에 있지 않음)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09년 6월 29일 상고를 기각하여 remote DVR 서비스가 FOX, NBC, ABC, CNN 등 방송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2심(2nd Circuit Court of Appeals) 판결의 결론을 확정하였다(Cable News Network, Inc., et al., Petitioners v. CSC Holdings, Inc., et al.). 이 사건의 1심은 저작권의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2심은 복제장치를 소유,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복제행위의 주체로 볼 수 없다며 이를 파기하였고, 연방대법원도 중앙서버저장식 DVR 서비스라도 복제의 주체는 개별 이용자이고, 서버에서 이용자로의 전송은 ‘공연’에 해당하지 않아 결국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나.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에 대한 일련의 판결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성장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게임은 경쟁성과 성과의 획득이라는 두 요소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사행성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에 어느 정도의 법적인 규율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 중에서 ‘게임아이템’ 또는 ‘게임머니’라는 가상재화의 거래문제는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게임업체들의 잠재적 수익구조와 직접 맞물려 있기 때문에 게임산업구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그리고, 일련의 판결들에 의해서 그 뚜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먼저, 게임아이템 거래가 합법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게임 리니지의 게임머니인 ‘아덴’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호 후문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이에 법원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 함은 “게임 내에 명확하게 베팅 또는 배당에 해당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더라도 (마치 그러한 요소가 있는 경우와 같이)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 우연적 요소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게임에 참가한 일부의 사람만이 자신이 게임참가 당시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 즉 게임머니를 획득하게 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이 사건 게임의 방식이나 아덴의 획득방법 등을 고려할 때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한 게임머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12.24. 2009도7238, 원심은 부산지법 2009.7.10. 2009노99(일부)).
그리고 게임머니가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있는 ‘재화’에 해당한다는 판결(게임머니는 ‘동력·열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 및 권리 등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체물 이외의 모든 무체물’ 중 하나에 해당. 서울행정법원 2009.8.28. 2009구합4418)과 게임아이템거래 중개사이트 전체를 유형, 제목, 내용 등으로 특정시켜 포괄적으로 청소년유해물로 지정한 것도 적법하다는 판결(서울고법 2010.7.2. 2009누40812, 메뉴에 대한 판결은 대법원 2008.12.24. 2008두16674) 등도 있었다.
그러나, 게임아이템 거래의 대표적인 방식의 하나인 ‘계정 양도’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판결(대법원 2010.7.22. 2009도14619,“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계정의 양도를 승낙함으로써 공소외인 등 제3자로 하여금 위 계정을 사용하도록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공소외인 등 제3자에게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게임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계정을 양도한 후에 양도인이 임의로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고 있어서, 게임아이템거래의 대상이나 방법 등 대한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다. 게임 캐릭터에 프로야구 선수들 이름사용금지(‘마구마구 사건’)
작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끈 사건 중에 인터넷 야구게임 ‘마구마구’와 관련된 일련의 판결들이 있었다.
먼저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게임에 신청인들의 성명을 표시한 것은 “신청인들은 모두 전직 프로야구선수로서 야구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일반 대중이 정당한 관심을 가지는 공적 지위를 가진다고 할 것이니 그 성명이나 초상 또는 선수로서의 경력, 실적, 근황 등 관련 정보가 합당한 목적과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용되는데 대해서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게임에서 신청인들의 성명을 표시한 것은 신청인들의 활동에 대한 사실의 적시 또는 의견의 제시 등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게임 캐릭터를 개별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명칭의 도구로 활용한 것뿐이어서… 신청인들의 성명을 사용하는데 공공의 관심이나 이익이 관련되어 있다는 요소도 전혀 없으므로… 신청인들의 성명이 가지는 공적 요소와는 무관하게 피신청인이 사적인 영리추구를 위하여 무단으로 이를 이용한데 지나지 않는다”며 성명권의 침해를 인정하였고(서울중앙지법 2009.11.23.2009카합2880, 동일 사안으로 서울남부지법 2009.12.17.2009카합1108), 성명이 아니라 이니셜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의 성명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고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며, 이 사건 각 이니셜이 채권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되고 있는 점에서 채권자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를 인정하였다(서울서부지법 2010.4.21.2010카합245).
한편, 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이 소속된 선수협과 KBOP간에 체결된 계약 중 사전협의의무는 “계약의 주된 채무인 정산의무를 용이하게 확인·이행하기 위한 수단적 의무이므로… 그와 같은 사전협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므로 “채권자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할 피보전권리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서부지법 2010.4.26. 2009카합2613).
위 일련의 결정들을 보면, 피보전권리 측면에서 스포츠선수들의 이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익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좀더 진행되지 않은 것이 아쉽고(특히, 미국의 Cardtoons판결, C.B.C.판결 등 참고), 보전의 필요성 측면에서는 ‘성명권’이 아니라 ‘퍼블리시티권’으로 이론구성한 뒤의 두 판례의 경우에 배타성이나 인격적 특성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등에 대해 논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선수협이 소속 선수들과 체결한 위와 같은 계약의 효력 및 범위문제도 앞으로 검토대상이다.
3. 엔터테인먼트
가. 동방신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3인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에서, 법원은 13년의 전속기간에 대해서 “새로운 경향이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을 주요 팬층으로 삼는 소위 ‘아이돌 스타(idol star)’로서 유사한 성격의 여타 그룹이 밟아온 전례에 비추어, 다른 음악장르나 연예영역을 개척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현재와 같은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는 활동기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청인들이 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전성기 대부분이 이 사건 계약기간 내에 속하여 그 연예활동에 관한 모든 권리가 피신청인에게 귀속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손해배상액예정조항에 대해서도 “우선 그 규모 자체도 과다한데다가 산정기준이 되는 ‘총 투자액’이나 ‘일실이익’의 개념도 주관적·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신청인들과 같이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여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소속 연예인일수록 그 배상규모를 확대시킴으로써 계약관계에서의 이탈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타 일방적인 계약조항들을 고려해 볼 때 “피신청인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신청인들에게는 지나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지워 그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09.10.27.2009카합2869). 이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뒤따랐다(아이돌 그룹 ‘유키스’ 사건, 대법원 2010.7.29.2010다29584, 원심은 서울고법 2010.3.17.2009나38065). 위 결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매우 높았으며, 이를 계기로 미국식 에이전트방식으로 전환하거나 공정위에 계약서를 사전심사받는 기획사도 등장하였다. 특히 법원은 “소속 연예인의 성장 단계, 대중적 인기, 수익전망 등을 반영하여 계약 당사자 쌍방이 균형 있는 선택의 기회를 가지고 손익 배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나눌 수 있는 형태의 계약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는바, 최근 연예계 데뷔연령이 더욱 낮아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계약체결·수익분배과정에서 변호사나 회계사 등 외부전문가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모델의 광고주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최진실사건’)
유명 연예인의 광고모델 관련 사건으로는, 故 최진실의아파트광고모델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눈에 띈다. 대법원은 “광고주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 등에게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품위유지약정을 한 경우, 위와 같은 광고모델계약은 유명 연예인 등을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유명 연예인 등이 일반인들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므로, 위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모델은 위와 같이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하기로 한 품위유지약정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 이른바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광고모델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하지 못한다”고 판시하며, 최진실 이전 남편인 조모씨에게 폭행 당했다는 내용과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광고모델로서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이므로 광고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취지로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09.5.28.2006다32354).
이 판결은 광고모델계약에 일반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품위유지약정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규범성을 부여한 것인바, 앞으로 광고모델계약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정이 있는 전속계약, 출연계약 등에 있어서 어느 범위까지 확대되고 구체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