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위 계층 등 법률구조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 무료로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우리 법률구조 제도를 동남아 등 해외에 전파하는 것이 임기 내의 제 목표입니다."
9월 1일로 창립 26주년을 맞은 대한 법률구조공단의 황선태 이사장(65·사법연수원 5기)을 30일 서울 서초동 법률구조공단 본부에서 만났다. "남자가 군대 제대하고 오는 나이가 평균 26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공단도 군 제대하고 올 정도로 나이가 들었고 그만큼 성장한 것 같습니다."(웃음)
황 이사장은 2011년 6월 취임 당시 법률구조서비스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높은 품질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전국의 지부 등을 돌며 30차례 넘게 현장의 직원과 고객을 만났다. 그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전면 도입한 방문상담 예약제는 고객의 상담 대기 시간을 크게 단축했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자료 검토를 할 수 있게 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약제 도입으로 상담 건수가 줄어들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범 실시를 해보니 큰 차이가 없어서 자신감을 갖고 올초부터 확대 실시했지요. 생각했던 것보다 직원들이 정말 좋아하고 고객들도 편하게 느껴 줘서 참 뿌듯했습니다."
그는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부스 간격을 넓히고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상담실을 개선했다. 최근에는 성폭력범죄 피해자 등을 위한 특별상담실을 만들었다. "제가 로펌에 있다가 공단에 와서 처음으로 지방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환경 개선 작업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 고객만족도가 많이 올라갔죠."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 도입 등 법률구조사업의 전문화와 품질 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공단 소속 변호사를 위해 전공별 커뮤니티를 통한 전공 교육 과정을, 직원들을 위해서는 상담기술과 세부 전문 분야를 배우는 2박3일의 직무역량강화 과정을 새로 만들었다.
내년 7월이면 전국 67곳에 지소를 설치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마무리돼 무변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틀도 자리를 잡는다. "지소 설치가 현재 63곳까지 완료됐고, 홈닥터와 마을변호사 제도의 도입 등으로 이제 자리가 많이 잡혀가고 있다고 봐요. 계획했던 지소 설치가 거의 다 끝나가는데 앞으로 더 설치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황 이사장은 1년 가량의 남은 임기 내 해결하고 싶은 목표로 차상위계층에 대한 법률구조 지원을 꼽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재 무료법률구조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한 법률구조가 꼭 필요해요.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서울 영등포와 안산 등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족 집중 거주지역에 종합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법지원센터 설치와 재외동포에 대한 화상법률상담·출장상담 도입, 우리 법률구조제도의 해외 전파도 꼭 실현시키고 싶은 목표다.
오는 11월에는 베트남 법무부 당국자들이 우리 법률구조제도를 배우기 위해 공단을 찾을 예정이다. "일본 등 외국은 변호사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의 법률구조제도를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인 구조공단을 만들었죠. 일부 고객이 간혹 공단에 와서 '당신들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살지 않느냐'며 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공단이란 기관을 편하게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거든요.(웃음) 우리나라의 법률구조제도를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기 위해 작년부터 꾸준히 추진을 해오고 있는데 내년에는 성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987년 설립된 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그동안 법률상담 2006만건, 소송대리 152만건(민사사건 등 128만건, 형사사건 24만건)을 지원해 왔다. 총 구조금액은 25조5959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