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한 분야를 특화시키기 어려워한다. 의대, 약대 등 이공계를 제외하고는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 특정 분야를 전문화하기도 어렵다. 특이한 사회경력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으나,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러한 것을 갖추지 못한 채 변호사가 되고,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특화된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한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분야만 다루는 법률사무소에서 고용변호사로 일하다 얼마 전 개업을 한 A변호사가 있다. 그리고 소위 전관 출신 대표변호사 사무실에 소속되어 어렵고도 복잡한 사건을 많이 경험한 B변호사도 마찬가지로 개업을 했다.
그런데 A변호사는 개업을 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B변호사는 의외로 고전중이다. A변호사는 자신이 주로 다뤘던 분야에 대해 많은 사건을 경험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사건을 다루는 노하우를 체득하였기 때문에 그 분야의 사건 수임능력이 좋다. 물론 일처리 능력도 좋다. 그러나 B변호사는 막상 자신이 전관이 아니다보니 자신이 고용변호사일 때 다루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사건들을 수임할 수 없어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소원부터 가처분 신청까지 다뤄보지 않은 사건이 거의 없다시피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취하고 어떤 부분을 버릴지 선택이 너무 어려운 탓도 있다.
요즘처럼 고용변호사를 오래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저년차 때 다양한 사건을 많이 접하라’는 조언도 옛말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분야를 주로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어떤 사건이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서 처리합니다"라는 답변은 이제 더 이상 미덕이 아닌 듯하다. 질문자는 정말로, ‘당신이 어떤 업무를 주로 하는지’를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