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알다시피, ‘꼰대’라는 단어가 있다. 아버지, 선생님 등 성인 남성, 특히 고집이 센 연장자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상으로는 꼰대로 불리는 것을 막기 위해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 ‘꼰대 방지 5계명’이 게시되어 있기도 하다. 꼰대의 어원(語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백작을 뜻하는 불어인 ‘comte’도 그 중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이 자신들을 콩테라고 자랑스럽게 칭하던 모습이 그 부정적인 이미지와 합해져, 꼰대로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어원이야 어떠하든지 간에, 꼰대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아마도 마음에 들지 않은, 연장자인 남성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은 꼰대인 자신의 아버지, 선생님 등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꼰대가 밉기는 하지만, ‘자신의 꼰대가 잘못된 부분을 고쳐, 자상한 아버지, 선생님 등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 듯싶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실수한 선수를 비난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선수나 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제기하는 ‘꼰대 철학’이다. ‘꼰대’가 부정적 단어인 반면, ‘꼰대 철학’은 긍정적인 용어이다.
과거 법원행정처에서 벌어졌던 일부 사건들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검찰이 처리하였던 일부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법조계는 늘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국민들이 사법부나 검찰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사법부와 검찰을 없애라는 것일까? 필자의 느낌으로는 그렇지 않다. 사법부와 검찰의 일부 잘못된 처신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의 가치와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법부나 검찰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본연의 임무인 재판과 수사 업무를 제대로 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라는 국민의 뜻인 것이다.
사법부와 검찰이 각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여 국민들에게 안심을 주길 바라는 마음, 그러한 마음에서 나오는 비난과 비판, 이것도 결국 일종의 ‘꼰대 철학’일 것이다.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