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우리나라 621개 직업종사자 1만91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판사는 직업만족도 합산점수에서 40점 만점에 33.16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고, 검사는 37위, 변호사는 74위에 랭크되었다<법률신문 2017. 3. 27.자 기사 참고>.
직업만족도는 ‘발전가능성, 급여만족도, 직업지속성, 근무조건, 사회적 평판, 수행직무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몸담고 있는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해당 직업종사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개념이라고 한다. 도선사 2위, 세무사 10위, 변리사 15위, 노무사 30위 등이었는데, 변호사가 74위라니 좀 놀랐다. 판사나 검사와 달리, 변호사는 대형로펌부터 개인법률사무소, 사내변호사, 정부나 공공기관, 공익변호사 등 다양한 직역에 골고루 퍼져 있어서 하는 일도 각각 다른데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일하는 환경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서 나에게 있어 '행복한 변호사란 무엇일까', '만족하는 변호사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하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 전 지방 검사실에서 몇 시간 동안 불편한 자세로 의뢰인과 대질신문에 참여를 하고 늦은 저녁에 나오는데, “오늘 변호사님께서 동행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몰려오던 피로가 거짓말처럼 싹 가시는 느낌이 보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재판정에서 열띤 변론 후에 구속당한 의뢰인이 석방되어 가족들과 재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또 의뢰인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을 때 옆에서 같이 편들어주고 위로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법을 몰라 어쩔 줄 모르는 이웃에게 간단한 자문만 했을 뿐인데, 평생의 은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 판례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쟁점에 대하여 내 나름의 소신과 논리를 마음껏 펼쳐 파기환송판결을 받아낼 때 스스로 대견하게 느낄 때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거나 서류가 접수되어야 일을 할 수 있는 판사나 검사와 달리,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궁무진해 질 수 있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물론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넓은 바다와 무한한 우주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이라면 변호사만큼 매일매일이 새로운 직업은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앱을 만들고, 낯선 나라로 해외연수를 떠나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선배 또는 후배 변호사님들의 모습 속에서 나에게도 올지 모르는 미래를 엿보는 것 또한 설렌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행복한 변호사'를 만드는 일 아닐까?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