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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그들은 법률 전문가 아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2019-03-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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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동안 애를 썼던 형사사건이 있었다. 피고인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고 사회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 학업을 마쳤고 전공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취직해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관련 사업체를 인수·운영하였다. 그런데 그 사업체 인수 및 운영 과정에 법 위반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었다. 


피고인이 희망에 부풀어 작성했던 양수도 관련 약정서가 공소사실의 유력한 증거였다. 피고인은 사업체의 온전한 인수만을 의욕하고 그 약정서를 작성했으나, 수사기관은 그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부 조항들에 주목했다. 그 조항들은 양도인의 요구로 추가된 것이었는데, 피고인은 해당 조항들에 공소사실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조항들로 인하여 양도인뿐만 아니라 그 피고인까지도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되었다.

그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후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계약을 해석하는 방법, 형사재판에서 검사 제출 증거들을 놓고 결론을 내리는 방법에 대하여 나 역시 동일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약정서의 해당 조항들은 피고인의 의도와 달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고, 그러한 법률효과를 의욕했다고 여겨지는 피고인은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이 과연 적정한 것일까.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을 직접 마주하기에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이 계약서를 얼마나 엉성하게 작성하는지 잘 안다. 각 조항이 갖는 법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은 것이다. 학력이 높다거나 전문직 종사자라고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법조인들 또한 본인의 삶에 중요한 사항이더라도 다른 분야에 대하여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따라서 형벌권의 발동 여부를 결정짓는 형사소송에서는 처분문서를 유죄의 증거로 할 때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작성 경위나 동기에 대하여 더 면밀히 심리하여 각 사건의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형사판결은 피고인과 그 주변인의 삶을 처절하게 짓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난 그 형사사건에서 몇 개월 동안 사실관계를 다투며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불안했지만 약간의 기대도 가졌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을 받고 나는 꽤 오랫동안 참담한 마음을 참으며 다른 사건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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