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가 있는데 제목이 ‘양자물리학’이다. 제목만 보면 SF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유흥업계를 배경으로 하는 범죄오락물이다. 변호사인 필자는 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의 기초이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정도만 가볍게 알고 있을 뿐 양자(量子)는 물론 물리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물리학을 언급한 것은 영화 초입부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면서 말한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에는 각자 고유한 에너지 파동이 있는데 사람도 파동이 맞는 사람들끼리 일을 하면 거대한 에너지장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바로 시너지다”라는 대사를 듣고 여러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필자는 이 대사가 실제로 양자물리학 이론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올해 13년차 변호사인 필자는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동료와 의뢰인을 접하였는데 그들과 함께 한 업무가 매번 좋은 결과나 성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게 진행되고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던 반면, 당초 고생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이상하리만큼 잘 풀려서 과정과 결과가 모두 만족스러웠던 사건도 많이 있었다. 예전에는 막연히 결과가 좋았던 사건은 본인이 열심히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신의 한 수 같은 비상한 논리를 착안하거나 사안에 딱 들어맞는 숨어 있는 판례를 발견하는 운도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여러 해를 보낸 지금의 필자가 영화 ‘양자물리학’을 보고 파동에 관한 대사를 접한 후 과거 경험들을 떠올려 보니 그동안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았던 업무는 함께 일했던 동료나 고객과 이른바 궁합이 잘 맞은 경우이고, 이 궁합을 굳이 양자물리학적으로 재해석하면 에너지 파동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파동이 잘 맞는 동료나 고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명석한 두뇌를 가진 동료나 많은 보수를 아낌없이 지급한 고객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격려하고 존중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기 위해 노력하였던 사람들이었다. 양자물리학적(?)으로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주파수의 파동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한다면 전혀 다른 파동도 서로 맞춰지면서 거대한 에너지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영화 양자물리학의 대사처럼 우리 각자의 에너지 파동이 다른 사람의 파동과 합쳐지면서 거대한 에너지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엘에이비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