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라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가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사고의 순간 다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소수에게 위해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정의인지 묻던 것이 기억난다. 이제 그러한 질문에 대해 단순히 사람만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도 답을 해야하는 시대가 왔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하다 사고가 난다면 어떤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할까? 단적으로 자동차 사고로 불가피하게 인명을 살상하게 되는 순간 자율주행자동차는 어떠한 기준으로 사고의 경중이나 대상을 선택해야 하는가?
2020년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본 가치, 행위 준칙 등을 담은 ‘자율주행자동차 윤리 가이드라인(지침)’ 초안을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하여 2차에 걸쳐 의견을 수렴한다. 이미 미국과 독일에서는 2017년 각 ‘자율주행 안전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자동화 및 네트워크화 이동체 윤리 지침’을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을 정리하여 왔다. 우리 국토교통부 역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 운행과 관련해서 직면하게 될 문제의 판단 기준을 국내외 사례 검토 등을 통해 준비하여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한 것이다.
윤리 가이드라인 초안은 자율주행차의 기본 가치로 인간의 안전과 복리 증진, 인간의 안전하고 편리하며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 인간의 생명 존중, 사고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손실의 최소화 등을 명시하면서, 행위준칙으로서 투명성(책임 소재 확인이 가능한 투명한 기록 시스템), 제어가능성(올바른 운행을 위한 관리 통제), 책임성(문제 발생시 각 행위주체가 상응하는 책임부담), 안전성(문제 발생시 인간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해 대응책 마련), 보안성(개인정보 등 보호)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설계자, 제작자, 관리자, 서비스 제공자 및 이용자 별로 준수해야 할 윤리 원칙을 제시하였다. 내용을 보면 ‘인증’이나 ‘충돌사고 후 자율주행시스템 대응’, ‘이용자에 대한 검시 불허용’, ‘데이터의 전달까지 포함한 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외국 사례에 비해 부족한 점이 보이기는 하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필요한 부분이 보완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제대로 된 윤리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