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예시상식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년 분위기를 내면서 빠짐없이 챙겨보는 단골 방송프로그램이다. 2019년 연말 M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특별근로감독 역을 열연한 남자 배우가 대상을 수상하였다. 근로감독관이 어떤 일을 하고 어느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지는 일반인은 물론 변호사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사노무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루어 근로감독관이 익숙한 필자는 판·검사나 변호사가 아닌 근로감독관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 신선하였기에 드라마 방영 초기부터 최대한 본방 사수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드라마나 영화 가운데 근로감독관을 소재로 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근로감독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나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 출범에 대한 노동계의 기여, 노동3권에 대한 권리의식의 제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나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사회지도층의 갑질 논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등장하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발표 등이 그렇다.
특히, 2019년 7월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갑질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면서 사용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1947건의 진정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변호사 조직에서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 변호사 사회에서 앞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단언하기 어렵다.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6개월을 맞아 동료 변호사들과 적절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도제식 훈련이나 지도라는 이름으로 동료나 후배 변호사들에게 적정범위를 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거나 무리한 요구로 근무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앞에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있다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이재훈 변호사 (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