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얼굴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어야 해."
웹툰으로 동명의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던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변호사로 분한 주인공의 대사 중 하나다. 가끔은 저 대사처럼 누군가에게 시련이 닥칠 때, 변호사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의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변호사의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3년여 전, 영흥도 부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낚시어선이 충돌하면서 낚시어선 승객을 포함한 1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고로 낚시어선의 선장도 사망하면서 급유선의 선장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의 피의자로 해경에 긴급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후 이틀 만에 피의자들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유치장에서 첫 접견을 했다. 의뢰인들은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극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언론들은 해경의 첫 조사 때 의뢰인인 급유선의 선장이 했던 진술을 가지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 중 하나가 선장의 "낚시어선이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라는 진술과 관련된 기사였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국민들로부터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졌고 말 그대로 모두가 등을 돌렸다.
필자는 선장의 진술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일반적인 수로가 아닌 '좁은 수로'였고, 법률로써 20미터 미만의 선박인 낚시어선에 좁은 수로 안쪽에서 안전하게 항행하던 급유선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해사안전법 제67조 4항).
그러나 이 사건은 의뢰인이 범죄사실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위 법리를 기초로 감형 주장을 하는 것에 집중했다. 급유선 선장에게만 집중되었던 수사였으나 결국 해경은 수사 결과 사고의 원인을 급유선과 낚시어선의 쌍방과실로 발표했다.
지금도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태에서 변호사를 기다리는 수많은 의뢰인이 있다. 사면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오는 고립된 상태에서 명장 항우마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던가. 오늘도 겸허히 의뢰인들을 마주한다.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변호사로서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내밀어 구출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성우린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