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기존에 타던 로드(Road) 자전거를 산악 자전거로 바꿨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관리를 위한 야외 운동거리를 찾다 자전거로 풀 향기 나는 산길을 신나게 달려보고 싶었다. 그동안 잘 포장된 도로에서만 자전거를 타던 내게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달리는 산악 자전거는 당시 잘 다니던 안정적인 로펌을 나와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맞물리며 묘한 동질감을 주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선물처럼 다가오는 요즘 이 산악자전거를 더욱 자주 꺼내게 된다. 맞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속도를 내는 즐거움이 크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타고 좁고 험한 길을 지나갈 때는 도저히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의 묘미는 가는 길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버리고 이미 시작한 여행을 중단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조심 길을 지나가며, 굴러가는 자전거는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다고 속으로 되뇌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 흔들리던 자전거는 마법처럼 중심을 잡고 다시 앞으로 굴러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어느덧 3번째 계절을 지나고 있다. 변호사로서의 일상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느껴진다. 소소한 것으로는 영상회의가 일상적인 일로 되었다는 것, 그리고 특히 기업법무와 관련하여 취급하는 업무의 주제도 비대면을 염두에 둔 각종 플랫폼 개발, 재택근무로 인한 영업비밀 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이 늘어난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의 어두운 면도 보인다. 사업 중단에 대한 리스크나 법인 파산에 관한 자문이 들어올 때면 주제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고객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된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달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험한 길도 인내하며 나아가면 이 길에도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힘겨운 오르막의 끝에는 신나게 달릴 수 있는 평탄한 길이 나타나리라. 모든 분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