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중재가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인류의 상업 활동이 시작되던 때부터 분쟁 해결의 형태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중재는 오늘날 국제 분쟁 해결의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까지 거듭하여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COVID-19 팬데믹은 국제중재의 형태에 또 한 번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국제중재의 특성상 중재인, 중재대리인, 증인 등이 모두 각기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대면 심리를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모두 중재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여행의 제한으로 인해 각자의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중재에 참여하는 화상중재가 국제 중재의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업계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젊은 중재인들과 심리학자와 함께 화상중재 참여자의 두뇌 활동 변화와 그에 따른 시사점에 대해서 토론하는 웨비나에 참석하였다. 화상중재 참여자가 동시에 여러 화면을 인식함으로써 겪는 두뇌의 피로도, 구두 변론자의 시선과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관찰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중재인단의 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 가상증인(virtual witness)에 대한 중재인단의 평가와 신뢰도 변화 등 화상중재에 참여하는 참여자가 겪는 심리적 변화와 보완책이 주요 관심사였다. 이런 요소들이 중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업무 효율성을 위해 비대면 비즈니스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2차원적 화상회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D 홀로그램 회의 또는 증강현실 회의를 위한 시스템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상용화가 된다면 3D 홀로그램으로 중재에 참여하거나, 증강현실 중재지에서 중재를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대처와 활발한 연구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다나 외국법자문사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