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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합창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2020-12-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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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는 것, 그 의미를 온전히 깨닫기에 내 삶은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연말에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진지한 것이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 요즘 세상에서, 음악회 무대는 진지함이 열성적으로 표현되고 관객은 감탄과 인내 속에서 역시 진지하게 이를 마주한다.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 손놀림은 동시에 귀로 들어오는 음악과 합쳐져 특유의 긴장을 낳고 이해와 감동을 이끈다. 마음껏 진지할 수 있어서 좋다.

 

올해 베토벤 합창 음악회는 결국 취소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대안을 찾다가 2015년 5월 7일(베토벤 생일) 무료 공개된 시카고 심포니의 실황 연주 영상을 보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고통, 번뇌, 역경을 도피 없이 마주하며 싸워나가는 인간, 나 혼자가 아니라 그 많은 연주자와 합창단원 모두가 '운명에 지지 않겠다'는 베토벤의 다짐을 표현하는 순간이다. 환희의 기쁨이 숨김없다. 이렇게 집에서도 좋은 연주를 접할 수 있다니, 인류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고맙다.

 

재판은 실황 연주와 일부 닮은 점이 있다. 판사와 변호사 등은 재판기록을 반복하여 읽고 여러 각도로 분석하며 재판을 준비한다. 공개된 법정에서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변론을 하고 증거조사를 한다. 상대의 입장을 대략 예측할 수 있을 뿐 미리 알 수 없다. 다행히도 판결문은 선고 전까지 몇 번이고 다듬을 수 있다. 가벼움과 쿨함이 멋지다는 신 트렌드에 불구하고, 재판은 진지함이고 불꽃 튀는 논쟁과 고뇌의 시간이다. 결론이 갖는 무거움, 그 긴장과 부담감은 법정에 조용히 착석한 방청객의 존재와 판결의 여러 독자(讀者)로 더욱 강화된다. 재차 점검할 수밖에 없다. 선고 후에는 깨끗이 잊고 새로운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 

 

법정(court)은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삼면이 벽으로 둘러싸이고 한쪽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다. 다수의 이목을 끄는 사건일수록 많은 사람이 방청하고 싶을 텐데, 법정의 물리적 한계와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어려움까지 있다. 기술 발전과 창의력으로 이것도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의영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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