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험 꿈을 그만 꾸면 좋으련만.
필자는 2001년부터 수년에 걸쳐 인생의 중대시험을 해결해야 했고, 목표를 이루고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매년 수십 차례 초라한 자신을 꿈속에서 발견하고 소스라친다. 특히 1차 시험을 다시 쳐야 한다는 공포는 앞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2차 시험에 떨어지면, 1차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짧고, 헌법 부속법령은 다채롭게 개정돼 있다. 중고책방에서 근간(近刊)을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고려하면, 그 꿈은 악몽이요 난공불락이 틀림없다.
인생은 후퇴하고 원점에서, 실패사례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강력한 스트레스는 장애를 남기고 말았다. 사법시험은 공정하고도 인성을 메마르게 한 대표적 시험이었다.
고시건, 대입시험이건 메마르고 건조한 점은 같다. 인성에 끼칠 악영향과 정신에 남길 장애를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수단이 고려되다가 새로운 전형요소와 전문교육과정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 해괴한 뉴스를 보고, 필자 같은 범인(凡人)은 믿을 수 없었다. 논문 허위 등재, 허위 체험활동 확인서, 허위 인턴 확인서, 허위 수료확인서, 허위 보조연구원 확인서, 허위 자원봉사활동 확인서, 위조 표창장이 횡행했음직한 1심 판결 때문이다.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이 정부가 성립됐고, 검찰개혁도 공정한 수사를 위함, 사법부 독립도 공정한 재판을 위함이라고 알고 있다. 위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가의 여러 정책은 합일될 수 없는 복잡한 방향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메마른 방향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시험 후 장애를 겪는 사람이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구속과 보석제도, 기소편의주의, 기소독점주의, 자유심증주의, 소송지휘권의 독점, 상소이유의 제한과 같은 법률 기교도 공정성의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역시 과하게 메마르지 않은 가운데 토의되면 좋겠다. 공정의 판단자는 '국민', 개정목표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받을 권리 실현'이 되면 좋다.
천주현 변호사 (대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