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것이 좋다. 새것이 내 것이 될 거라는 설렘, 새것을 가졌을 때의 기쁨, 새것이 주는 낯섦과 불편함, 그럼에도 조만간 익숙해질 거라는 기대감. 그 일련의 느낌들이 좋아 새것을 갖는 빈번함을 자제하기도 한다.
최근 난 새것을 경험했다. 새것의 낯섦과 불편함, 조만간 익숙해질 거라는 기대감은 같았지만 새것을 맞이하는 과정은 내가 좋아하던 새것에 대한 느낌과는 좀처럼 같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경험하기 전 내 것이 될 거라는 설렘이 있었던가. 그 새것이 내 것이 되었을 때 기뻐했던가.
그 새것은 나에게 기존의 익숙함과 헤어질 것, 다른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새것은 시간을 정해놓고 내게 올 것임을 예고하였다. 그렇게 내 것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설렘보다는 그 새것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나는 그 변화에 잘 적응할까라는 우려가 강했고, 막상 내 것이 되었을 때 기쁨보다는 곤혹스러움이 컸다.
다행히 예고에 따른 준비가 있었기에 우려도 곤혹스러움도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졌지만 낯섦과 불편함의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 바뀐 수사 패러다임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후배검사실로 이런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송 신청하여 그 청으로 갔는데 사건을 원래 청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어떡하느냐"는 항의전화였다. 이 전화를 한 분은 해당 사건의 피의자 변호인이었다고 한다. 신설 규정과 실제 실무 현장에서 적용되는 상황을 꼼꼼히 설명드리자 이해하시고는 절차의 번거로움에 대하여 한 말씀 덧붙인 후 통화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법규 시행 초기에 발생한 헤프닝이기는 하나, 여전히 절차에 관한 문의전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여느 새것보다 신속하게 낯섦과 불편함의 단계에서 익숙함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나의 새 것을 이용하는 다른 이의 낯섦과 불편 호소에 원만하게 응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