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있어 현실적인 부분이나 금전적인 부분을 금기시하는 것이 선호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마치 생전 작품을 거의 판매하지 못해 가난한 무명화가로 삶을 마감했던 반 고흐와 같은 화가들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과 환호를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고가의 미술품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평가 겸 작가인 프랜 리보위츠를 다룬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도시인처럼'에서는 미술품 경매장의 낙찰 장면이 나온다. 경매장에 피카소 작품이 나오면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러다 거액으로 낙찰이 되는 순간 박수가 터진다. 이에 대해 프랜은 "그토록 좋은 작품이면 왜 작품이 등장하는 순간에 박수를 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렇게 예술과 경제적 측면은 간단한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예술가가 예술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예술가에게도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으며 예술활동은 경제 활동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변호사로서 예술인을 의뢰인으로 삼는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계약서에서는 저작권료가 얼마인지, 불의의 사고로 작품이 훼손되었을 때 재산권 및 인격권의 측면에서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할지를 고민한다. 특히, 미술 작가의 자녀라 하면 누군가는 남겨질 작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할 것으로 보이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미술품 물납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상 세금이나 상속재산 분할의 관점에서 앞일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최근 들어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되고, 상속세의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예술가의 현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된다. 좋은 작품이 등장하는 순간의 정적과 낙찰의 순간 터지는 박수를 달리 볼 필요가 있을까. 예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이왕이면 나의 의뢰인들이 생전에 꽃길을 걸었던 피카소의 길을 걷길 바란다.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