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진료실에서 B형 간염 환자분들을 보게 되는데 계획적으로 정기 검사하는 사람부터 해서 그제야 검사를 통해서 B형 간염이 진단되는 경우까지 천차만별이다. 역시 무서운 것은 증상 자각이 초기에는 쉽지 않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이다.
B형 간염 전파 경로는 대부분이 수직감염이며 태어날 때부터 모성에게서 전파된 경우이다. 그 외에는 혈액과 체액을 통한 노출, 즉, 수혈, 주사바늘, 성관계 등을 통해서 전파된다. 하지만 식사, 대화, 악수 등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B형 간염의 증상은 실제로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간은 30% 정도만 남아 있어도 정상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염이 만성화되고, 간경화 및 간암으로 진행하면서 간기능이 저하되면 비로소 피로, 무력감, 전신쇠약의 전신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황달, 복수, 간성 혼수 등 무서운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B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접종은 3회에 걸쳐서 시행한다. 특히, 만성보균자인 산모로부터 태어나는 신생아는 출산 직후 예방접종을 통해서 거의 완벽하게 B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 보균자는 만성화를 거쳐서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무조건은 아니지만 실제로 간암 환자의 많은 원인이 B형 간염에 있다. 간은 해독의 기능을 하는 장기이므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에 무리한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술과 담배를 피하고, 비만 및 지방간을 예방해야 한다. 약물 및 건강식품도 복용 시 유의해야 하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역시 간기능에 영향을 주므로 균형적인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하여서 정기적인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6개월 마다 간효소 수치 및 간암표지자 혈액검사와 간초음파검사를 추천한다. 또한 1년 마다 e항원항체 및 바이러스 DNA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종양표지자 중에서 간암표지자(AFP)는 진단적 검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간효소 수치와 DNA 수치가 상승할 경우 항바이러스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성질환은 환자 스스로의 인지와 자각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도 건강검진표에서 B형 간염 보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라고 쓰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 드물지만 B형 간염 때문인지도 모른 채 황달과 복수로 내원하는 환자를 볼 때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만성질환의 시작은 비슷하지만 그 끝은 상당히 다르다. 오직 균형적인 생활습관과 정기적인 검사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검사와 치료가 가능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해야 하며 이는 분명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문배 원장 (지앤아이내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