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과 변호사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은 의뢰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이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실관계에 관한 사항을 숨김 없이 털어놓고 이에 기반한 변호사의 법적 조언도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의뢰인의 방어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소극적으로 변호사에게만 직무상 비밀 누설 금지 의무와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물건의 압수 거부권 또는 소극적인 증언거부권만을 인정할 뿐 의뢰인을 권리 주체로 하는 비밀유지권은 법상 보장하고 있지 않다. 의뢰인-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변호사법에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수년째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이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비밀유지권을 두는 목적은 변호사에게 어떠한 특권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호와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 대한 저항이 있다면, 그것은 사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 불신, 즉, 변호사가 의뢰인인 기업주의 비리를 덮고 불법행위를 조장하거나 조력하였을 가능성, 변호사의 윤리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불신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 사건에서의 압수, 수색 뿐만 아니라 영장 없이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행정기관의 현장조사와 임의 제출 형식의 압수, 수색에서 의뢰인이 소지하는 변호사의 법적 조언 관련 문서가 아무런 제한 없이 압수되고 표적화 될 수 있다면 이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형해화 시킬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 발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가 사안을 검토했다는 것이 유죄의 증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밀유지권 보장을 통하여 제도의 남용 방지를 위한 여러 실체적, 절차적 장치를 둘 수 있고 변호사의 윤리 교육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뢰인-변호사의 비밀유지권 제도는 사내변호사의 법적 자문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기업의 사내 법무실과 변호사 사무실을 표적화 하는 압수, 수색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행은 오히려 기업으로 하여금 변호사나 법무실을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킬 빌미를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