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다'라는 말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만든 말 아닐까. 연인, 부모, 자식, 강아지, 고양이 등등 모든 사랑은 매순간 아름답고도 특별하다. 우리가 야근과 퇴근을 놓고 고민에 빠지는 것도, 다름 아닌 사랑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여주인공이 태어나자, 엄마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우린, 이 아이들에게 추억이 되기 위해 여기 살아있는 거야." 하지만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는, 퇴근길대신 다른 은하계로 가는 야근길에 나선다. 그리고 어린 딸을 더 이상 안아줄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의 추억이 된다는 것. 참 멋진 말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아주 특별히 힘들다. 잠들면 천사지만, 번쩍 눈을 뜨는 순간 온 우주의 기운을 받아 지치지도 않고, 자제력 따위는 태어날 때 이미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다. 이런 생물체와 뒹굴다보면, 체력은 바닥으로, 정신은 혼미해지고, 결국 인격마저 한계에 이른다. 내게 밥 좀 먹을 시간을 주기는커녕, 화장실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할 수 없이 안고서 변기 위에 앉아 있노라면, '도대체 내 인간존엄은 어디에…'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 깊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렇게 파김치가 된 날들은 훗날,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추억으로 부모 마음에 파고든다. 사진과 동영상에 남아 있는 해맑은 웃음, 귀여운 몸짓, 빠빠머거쪄 같은 뭉개지는 발음, 함께 뒹굴던 부엌, 잔디밭, 그리고 우릴 지켜보던 파란 하늘…. 아이들은 다 잊어버려도, 이 추억은 부모에게 생생하게 남아, 아이가 다 커버린 후에도 부모를 지켜주는 마음의 난로가 된다.
사랑은 이렇듯 특별한 연결. 인터스텔라의 아빠처럼 우주 밖에서 사랑하는 이를 불러야 하는 처지가 아닌 한, 우리 모두는 특별한 축복 속에 있다. 가정의 달 5월도 이제 막바지. 5월의 남은 저녁엔, 누가 해도 비슷하게 처리될 사건들보다는, 오로지 나만 줄 수 있는 시간과 사랑을 기다리는 소중한 생명을 선택하면 어떨까.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래서 더 이상 같은 느낌으로 안을 수는 없게 될, 그 누군가를 한 번 더 꼬옥 안아주는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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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