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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등과 1001등의 차이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2021-06-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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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단숨에 오지 않는다. 해가 져도 밖은 여전히 환하고, 하늘은 노을과 어스름을 지나 은은하게 짙어져 간다. 밤을 향해 가는 그 긴 스펙트럼 위에서 낮과 밤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문지방 위에 올라선 아이가 "아빠, 여기가 실내야? 실외야?"라고 웃으며 물어보면, 이 역시 답하기 곤란하다. 잘 살펴보면, 시간도 공간도 그 경계는 불분명하다. 인식과 판단의 경계는 더 하다. 사건이 어려울수록 승소와 패소, 기소와 불기소, 유죄와 무죄, 합헌과 위헌 사이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경계'란 본래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것인 양 경계를 나누고 경계선 양 편을 아주 다르게 대접한다.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도 그렇다. 필자는 사법연수생 1000명 세대인데, 그해 1000등 합격과 1001등 불합격 사이의 경계도 흐릿하다. '운칠기삼'이라 시험은 운에도 크게 좌우되니,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 나누기는 한층 더 부조리해진다. 만약 올해 변호사시험에서 1등을 했어야 마땅한 사람이 갑작스런 장염으로 불합격했다면, 수석부터 시작해 모든 이의 실제 등수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식과 지능을 정확히 측정하는 뇌자기공명장치(fMRI)로 시험을 봤다면, 대한변호사협회나 헌법재판소, 법원, 검찰의 구성은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다.

시험은 불분명한 경계가 주는 이득이나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에도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면, 합격 후에 주어지는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내 덕일까? "당연하지. 시험점수에는 성실성 같은 인격도 반영되는 걸. 다들 놀 때 꾹 참고 로봇처럼 공부만 했으니 이 모든 거 누릴 자격이 충분하지!"라는 속삭임이 들릴 수도 있다. 혹은, "나보다 열심히 한 친구도 떨어졌는데… 시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운이고, 지능도 공부할 체력도 다 타고난 것이니 운 좋아서 이런 대접 받는 거지…"라는 고백이 들릴 수도 있다. 두 목소리가 팽팽하니 '능력주의'야말로 난제다. 이 책을 읽고 함께 풀어보자.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원제: Tyranny of Merit(능력주의라는 폭군), 헌법재판소 법사상연구회 2021년 상반기 강독 도서]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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