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현장에서 2명의 인부가 질식사한 산업재해 사건 항소심 공판을 담당했다. 1심에서는 예정된 작업이 아니라 기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며 무죄가 선고되었다. 유족과는 이미 합의된 상태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2명이나 사망했는데 정말 아무도 책임이 없는 것일까? 예정된 작업도 아닌데 인부들이 안전 규정을 어기고 작업 현장으로 들어가 질식사한 것인지?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이 작업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인가? 입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산업재해 사고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는 많다. 안전장치가 없는 높은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도 작업자가 발을 헛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작업자의 탓일 수는 없다. 누구나 작업을 하다보면 통상적인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당시 작업 현장에 있었던 분을 겨우 찾아 통화를 했다. 그 분에게 현장 상황에 대하여 질문하고 싶다고 하자 "말하고 싶지 않다. 사망한 사람들은 10년 넘게 작업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인데 현장에서 동료들이 죽은 것을 봤다. 너무 고통스러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그 사람들이 보인다. 그때 내가 작업 현장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무엇이 궁금하냐. 벌써 1년도 더 지났다. 다시 떠 올리고 싶지 않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서 일하고 있는데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냐"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도 죄송했다. 그 분의 고통을 알지만 검사로서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망하신 분들이 억울하지 않아야 하고, 공사가 계속되는데 추가 피해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어렵게 결정하여 증언을 해 주셨고, 그 덕분에 유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고 하시던 말씀이 귀에 맴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증언 후 그 분은 분명 더 고통 받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으셨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권현유 부장검사 (대전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