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규 교사를 뽑는 1차 필기시험을 전면적으로 시·도교육청에 위탁하여 관리·운영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지만,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권까지 교육청이 관할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성격도 심의기구로 격상했다. 교과서 선정, 예산 편성 등의 권한이 위원회로 넘어간 것이다. 사학들은 학생 선발권, 등록금 책정권, 교육과정 편성권에 이어 마지막 남은 인사권마저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 달리 설립자의 건학이념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교육자인 교원을 통하여 사학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실현한다. 교원에 대한 인사권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인 이유다. 그동안 사학들은 교사 임용자격을 갖춘 자 중 자신의 교육철학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해 왔고,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채용인원 및 지원자격 공고의무, 전형결과 공개의무 등 인사권에 대한 충분한 견제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개정이유로 들고 있는 일부 사학의 채용 비리 등은 수사와 재판에 의한 적절한 처벌로 해결할 문제지,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는 교원 선발의 자유를 형해화한 채 교육당국이 일방적·강제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권력이 개입하여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매우 지양하는 방법이다. 설령, 교원 선발에 관한 비리를 막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사립학교의 운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사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해 버린 이번 입법은,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침해당하는 공익과 사익도 너무 크다. 법익 사이의 불균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교육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독점하지 않고 사학이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건, '교육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미국 대부분 주(州)도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교원의 기본적인 자격 기준조차 정해놓지 않고, 모든 임용권은 사학에 전면적으로 맡기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천명하고 있다. 사립학교가 자신의 교육철학에 맞는 교사를 임용할 수 없다면, 사학의 설립이념대로 교육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사학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데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보호하는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상 권리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이고,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도 아니다. 특히 교사가 되려면, 국가의 출제 의도에 맞춰 수험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국가가 획일적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쉬운 대목이다. 모든 학생이 똑같이 생각하게 가르치려는 것은 결국 나라를 전체주의로 몰아갈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등장하는 이유다.
요새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한 숙의민주주의가 실종된 지 오래고, 걸핏하면 벌어지는 입법폭주도 도를 넘었다. 숫자로 밀어붙인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교원채용 기피로 인한 고용절벽의 후유증도 있겠지만, 헌법의 관점에서도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박탈하는 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