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탄핵 사건, 논란보다 법원 신뢰 회복이 더 급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8일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국회의 탄핵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각하했다. 재판관 3명의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재판관 6명은 포함된 다수는 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한 이상 파면결정을 내용으로 하는 본안판단에 나아갈 수 없다는 의견(각하 5명, 심판절차종료의견 1명)을 밝혔다. 대한민국헌법 제65조는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또한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이 같은 결정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법관탄핵 재판은 일단락이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에 걸맞지 않은 탄핵소추 과정과 이를 둘러싼 사건들 때문이다.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권은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중요한 견제수단이고, 따라서 그에 합당한 충분하고 철저한 증거조사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형사사건 1심 판결을 중요한 증거로 삼으면서도, 정작 탄핵소추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발의됐다. 더구나 현행법상 관련 사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조사하도록 하는 절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은 추가조사가 필요없다고 밝히며 임 부장판사의 임기만료 직전 전격적으로 탄핵소추를 결정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당수의 여당 의원들이 탄핵 내용도 모른 채 백지발의안에 서명했다는 후문이다.
당시는 김경수 경남지사 대선여론 조작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집행정지 사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과 같이 여당에 불리한 판결들이 잇달아 나오던 시기였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탄핵소추를 용인한 시점도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다음날이었다. 그러기에 보수언론들은 사법부 길들이기, 판사 겁박용 탄핵소추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회가 시간을 두고 절차를 갖추어 탄핵사유를 조사하였다면 듣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탄핵소추를 발의한 판사 출신 국회의원은 헌재가 법논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부당한 결정을 했다며 남탓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원은 이번 법관탄핵 사건으로 너무나 큰 타격을 받았다. 탄핵사유로 거론됐던 임 부장판사의 행위도 문제였지만, 사법부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태도가 더 큰 논란을 초래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부적절한 이유를 들었고, 나중에는 그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거짓말이 드러나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법원의 위신은 이제 더 추락할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되찾을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