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원과 성남지청 청사는 1982년에 준공되어 낡았고 관할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업무공간과 민원공간이 비좁다. 민원인들이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루고 주차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민원인들은 미로 같은 길을 지나야 가건물로 된 법정이나 검사실에 갈 수 있다. 전국의 관공서를 통틀어 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일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올해 7월 신흥동 옛 제1공단부지를 이전 부지로 확정했다지만 해당 부지의 법적 분쟁으로 이전이 가능할지 조차 알기 어렵다. 시민들이 불편을 하소연 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책이 없고 언제 이전할지 가늠도 안 된다.
이런 문제가 생긴 근본 원인은 1997년 분당구 구미동에 이전 부지를 마련한 데 있다. 이 부지는 판교와 정자동을 지나 죽전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서 용인시와 접해 있다. 성남 구시가지는 물론 관할 지역인 광주시, 하남시와도 멀고 새로 이전한 수원지방법원 및 검찰청과 가깝다. 분당구 주민들은 법원과 검찰 청사 이전에 별 관심이 없는 반면, 구도심 주민들은 공동화를 우려하여 이전에 극구 반대한다. 그러다보니 2008년, 2009년 및 2016년에 구미동 부지로 신축 이전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 추진이 무산돼 관련 예산이 불용처리 되었다. 확보된 부지로 이전하기도, 다른 곳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의 정책 부재와 무사안일한 대응, 지원장과 지청장의 잦은 인사이동, 성남시의 일관성 없고 무책임한 정책이 계속되다 보니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에 이전할 곳으로 정해진 신흥동 제1공단 부지는 개발과 관련해 송사에 얽혀 있어서 당장 성남시가 부지를 매입하기 어렵고, 매입한다고 해도 최소한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이전 시기나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고 예산 편성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탁상공론 식의 논의만 이어지다가 결국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성남지원과 성남지청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20년 넘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