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에 대한 재판이 10일 시작돼 세간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금품 로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 등에 대한 수사결과는 고발 100여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최고위 판·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법조기자 출신인 화천대유 대주주와의 인연 등을 계기로 화천대유에서 고문·자문역 등으로 활동하며 거액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에 충격을 줬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서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돼 사법부 신뢰 추락의 원인이 됐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 대해 7대 5로 무죄 판결할 때, 선임 대법관으로서 사실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판결 선고 두 달 뒤 퇴임한 후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씨가 이 지사 재판 전후로 권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만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법원 재판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이 같은 의혹은 하루빨리 해소돼야 마땅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거북이 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7일 권 전 대법관 관련 사건 중 변호사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부분은 분리해 경찰로 이송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뇌물 혐의 부분은 자신들이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직접수사 범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양승태 코트의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하게 먼지털이식 수사까지 벌였던 검찰이 이렇게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사기관의 권력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이 사건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