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는다는 것은 시인하고 인정하는 것이며,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맡기게 된다. 비근한 예로 지하철을 타거나 건물에 들어갈 때 지하철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이라 믿기에 또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에, 은행에 돈을 맡길 때에도 은행이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 믿기에 맡기게 된다. 이러한 믿음은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것 중에서 더 신뢰가 가는 것을 선택한 나의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과 피해, 범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우리는 법원과 검찰에 그 해결을 맡기고 있다. 법원, 검찰은 옳고 그름을 가려주는 곳이자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재판은 위의 예처럼 교통수단, 금융기관 등 선택 가능한 것 중에서 맡긴 것이 아닌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것이기에 부여된 믿음에 부응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법신뢰도가 OECD 국가들 가운데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경험한 재판이나 법조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의 사법 종사자들은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할 것인데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니 의외다. 사법신뢰도의 평가 요소를 잘은 모르겠으나, 업무수행 능력과 업무수행 외 능력으로 나눴을 때 업무수행 능력 외의 면에서 신뢰를 못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으나, 궁극적인 개혁은 믿음을 회복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재판이 사람들 마음에 와닿으려면 법적 논리와 논증도 필요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눈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책(박형남 부장판사 著)의 서문과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소개한 "믿음이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요. 저는 세상에서 판사님을 가장 존경합니다"는 법정의 얼굴들(박주영 부장판사 著) 책에 소개된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2022년은 어느 해보다 따뜻한 마음, 섬세한 눈, 공감, 소통으로 법조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K-사법이 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임대진 변호사 (경기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