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를 입학하는 아이에게는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다. 학교에만 새로운 만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동으로 인한 각급 법원, 검찰 등 각 직역에는 3월이면 새로운 동료 판사, 검사, 새로운 기록, 새로운 당사자들과의 만남이 있다. 그 밖에도 많은 만남이 있겠지만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역사적인 만남에는 헬렌 켈러와 그의 개인 교사인 앤 셜리반과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헬렌 켈러는 출생 때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으나 생후 19개월에 앓은 열병으로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다. 헬렌 켈러의 스승인 앤 셜리반은 어린 시절 동생과 모친이 죽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그 충격으로 정신병동에 수감되어 시력까지 잃게 된다. 하지만 앤 셜리반의 스승인 로라가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나중에 정상인 판정을 받게 되고 신문사의 도움으로 개안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하게 된다. 앤 셜리반은 어느 날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 돌볼 사람 구함이라는 광고를 보고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미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찾아가 헬렌 켈러를 가르쳐, 그녀는 영어 외에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까지 익히고, 하버드대학교의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하여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무기수 탈옥범 신창원. 그는 학창 시절 수업료를 납부하지 못해 수업 시간 뒤에 나가 서 있기도 하고, 미술 시간에는 준비물을 가져가지 못해 훔쳐서라도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절도를 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헬렌 켈러와 앤 셜리반과의 만남, 앤 셜리반과 로라와의 만남은 인류사에 큰 역사를 남겼지만, 신창원과 그 선생님의 만남은 만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만남이다.
누구를 만나는지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법정에서도 많은 만남이 있다. 법정에서의 만남이 앤 셜리반과의 만남, 로라와의 만남이 되어 헬렌 켈러를 탄생하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만남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헬렌 켈러는 3일만 볼 수 있다면 글에서 앤 셜리반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듯, 법정에서의 만남이 당사자들에게 다시 보고 싶은 법조인과의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대진 변호사 (경기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