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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검사의 지방 근무 이야기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2022-03-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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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5:30 알람이 울린다. 아내가 깨기 전 재빠르게 알람을 끄고 일어난다.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아파트 입구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이 시간에 서울역을 가는 데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더 빠르다. 모처럼 일요일 저녁에 집에 있었더니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잠도 안자고 놀자고 하여 놀다보니,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 새벽에 내려가는 날은 왠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항상 일요일 저녁에 내려오기를 고수하는 선배는 일요일 밤 식어있는 관사에서 잠드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집에서의 일요일 밤도 그리 편치만은 않다. 대형사건 수사팀에 속하여 일하다 모처럼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 사무실에 출근하려는데 아들이 "아빠, 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하더라는 예전 선배들 시절은 아니더라도, 일요일 저녁 혼자 서울역으로 향하는 것도 제법 쓸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녀석이 어버이날이라고 카드를 써 주었다. "아빠 혼자서 계시니 힘들지는 않으세요? 그런데 우리는 괜찮아요. 아빠가 서울에 있을 때나 지방에 있을 때나 아빠는 주말에만 집에 있잖아요." '아니다, 이 녀석아. 아빠가 그래도 집에서 다닐 때는 너네 자는 얼굴 한번 쓰다듬고, 발이라도 주물러주잖니.'

수요일 밤 10:00. 슬슬 기록을 정리하고 퇴근하려는데 메신저가 깜박인다, "김프로, 언제 들어가? 요 앞에서 가볍게 한잔 콜?" 동기 박 검사다. 집에서 다닐 때는 아내 핑계도 댈 수 있는데, 지방 근무 때는 구속기간 만기거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압수·수색을 나가는 정도가 아니라면 동료들의 한잔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게 단점만은 아닌 게, 김 검사 역시 야근을 하다보면 목이 칼칼해지기 마련이라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 프로, 쏘폭에서 소주와 맥주를 분리할 수 있겠어?"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난 뒤 박 검사는 초임 이 검사에게 진지하게 물어본다. "아니 선배님. 열심히 섞어서, 거품까지 잘 만들어놓고서 그걸 왜 분리를 하나요." "그렇지. 쏘폭에서 소주와 맥주를 분리하는 것은 필요도 없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수사는 기소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인데, 어떻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이 프로가 맛나게 한잔 만들어 보라고~" 박 검사가 너스레를 떤다. 야근 후 동료들끼리 한잔하는 시간을 초임검사 교육 시간으로 삼다니 참 치밀하다.

"뚜루루루리리리리링" 휴대폰이 울린다. "어 여보~ 지금 머하냐고? 아직 사무실이지요~"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한다. "네 여보, 두 손으로 받고 있습니다. 네네, 곧 들어갈게요~" 김 검사는 씩 웃으며 생각한다. '서초동에는 정말 '사무실'이 있었는데.'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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