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달 24일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에 반대의견을 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무례"하다고 비판하며 이날로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전격 연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예정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박 장관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진행된 법무부 보고에서는 법무부 간부들이 박 장관의 입장과는 달리 "수사지휘권 폐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추후 법령 개정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에는 장단점이 있고 그동안 찬반양론이 있었으며 국가별로 다른 제도를 가지고 있다. 주로 참여연대, 민변, 진보 진영의 교수들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했다. 검찰총장으로 일하면서 수사지휘를 받아본 윤 당선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보 진영에서 반대 입장에 섰다. 당선인의 선거 공약이라고 무조건 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곧 물러날 장관이 인수위 보고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검수완박'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나섰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범죄) 직접 수사 기능을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일반 사건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6대 범죄는 중수청이 나눠서 담당하게 되고 검찰은 수사는 하지 못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이 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이 벌인 불법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입법 폭주"라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두 가지 일은 대한민국에서 형사소송절차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형사소송절차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으로서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정밀한 기계처럼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나 교수들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을 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형사소송절차를 포함한 사법 시스템 개혁은 정치적 셈법을 떠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설립됐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들이나 현장에 있는 변호사들은 사건 처리가 적체되고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심각하다. 공수처는 지난 1년간 단 한 건만 사건을 처리했는데 무능, 불공정의 비판만 있고 칭찬하는 목소리는 들어볼 수 없다. 이런 문제는 형사소송절차를 국민의 입장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선무당들이 개혁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형사소송절차를 정치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 마음대로 바꾸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망가져 있는 제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