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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길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22-04-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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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다. 담담해지려 하지만 쉽지 않다. 법정을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복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변호인단에 손가락질 하며 웅성거린다. "이런 일 하려고 그 어려운 사법시험 합격했어요?" 오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A였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했지만, 날이 선 한 마디는 가슴 한편에 파묻혀 떠나지 않는다. '무시하며 태연하게 걸어가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여기서 주눅이 들면 제대로 된 증인신문을 하지 못한다.'


법정은 이미 만원이다. 첫 공판기일보다 방청객 수가 늘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발언을 시작하자 방청객들의 야유가 이어진다. 피고인을 악으로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차악들이 주도하는 집단적인 광기는 이미 판결 결과가 정해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재판장님이 저지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변론을 이어간다. 하지만 금세 고성과 힐난이 이어졌고, 누군가에겐 피고인의 헌법상 권리조차 용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빠는 왜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파묻혀 있던 그 말에 닿았다. 잊지 않았다. 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길 바랐다.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법을 몰라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겐 법을 통해 권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법이라는 원리를 보존하여 구성원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마의 변호사로 보였던 걸까. 고백하건대 나는 그 어떤 부정한 방법이나 저열한 방법으로 변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로부터 비난과 욕설을 참아내는 이유는 나의 감정적인 행동이 자칫 의뢰인의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나도 사람이고, 욕도 할 줄 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험한 말을 쏟아내던 A가 피고인과 공모했지만 수사기관의 방침에 따라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A를 바라보는 방청객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리고 A의 변호인단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도를 빠져나오면서 판례집에서 읽었던 사례보다 많은 모욕죄 케이스를 체험해야 했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지켜줄 사람은 변호인이다. 하지만 변호인을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변호인의 길은 외롭고 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나는 또 법정을 향해 걸어간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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