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라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허브티나 물만 마시는 날들도 있었는데 최근 일주일은 맑은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 매일 같이 아메리카노나 라떼로 아침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모닝커피는 뇌에 그렇게 좋지 않다는데. 나쁜 습관이 되어가는 것 같아 고민이다.
하지만 아침에 모닝커피만큼 좋은 대안이 있는가. 현대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변호사로 사는 것은 그에 더해서 조금 더 피곤한 일이다. 분쟁의 한 가운데서 당사자들의 첨예한 주장을 듣는 일, 몇백억원, 몇천억원이 드는 사업의 법률상 가부를 판단하는 일, 사업의 기회를 보고 돌진하려는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충분히 안내하는 일, 무엇 하나 마음의 부담이 없는 일, 대충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상시적인 피로감과 스트레스와 동행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일단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시작하게 되고, 중요한 기일이나 보고가 있는 날에는 이에 더하여 시럽이 잔뜩 든, 달콤한 커피를 이내 주문하고 마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커피를 스팀팩 삼아 업무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몇 달을 지속하면 커피를 마셔도 반짝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가 된다. 하루에 30분이나 1시간 일찍 일어나 짧게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 좋다는 것을 아는데. 커피보다 따뜻한 디카페인 티를 한 잔 마시는 것이 건강에는 더 좋다는 것은 아는데. 도무지 실천이 쉽지 않다.
오늘도 부득이하게 커피 한잔으로 아직 졸려 하는 뇌를 깨워본다. 다만 오늘은 내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을 죄책감이 아닌 여유와 감사함으로 비워보려고 한다.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나름 고단했던 하루하루를 잘 버텨준 뇌에게 그리고 필요할 때 요긴한 도움을 주었던 이 향긋한 각성제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동안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고 작게 읊조려 본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