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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2022-04-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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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 줄어들었다. 세탁기가 구형이어서 그런가?건조기가 너무 고온이라서 그런가? 애꿎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탓했다. 분명히 맞는 사이즈였던 옷이 점점 작아지는 이유를 나만 알아채지 못했다.


입사 직후 손과 머리가 특별히 빠르지 않은 탓에 주어진 일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루를 넘기지 않고 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운동은 사치처럼 여겨졌다. 어린 시절부터 하루 한 시간 이상씩 운동하는 것이 일상인 삶을 살아 왔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비정상의 일상화에 적응했다. 조금씩 일이 익숙해지고 속도가 붙으면 그때 운동을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다행히도 일은 점점 익숙해졌고 기록을 보는 속도도 빨라졌으며 서면을 완성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나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늘어났고, 결국은 3년이 지나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늦게까지 일을 하니 허기를 달래줄 야식이 필요했고, 고칼로리 간식은 길티플레저로 이어졌다. 때로 머리가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달콤한 케익 한 조각이 훌륭한 윤활류가 되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칼로리를 공급한 결과 신체는 누적적으로 처참해졌고, 건강검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결단이 필요했다. 비록 매일같이 야근으로, 때로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바로 일어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격다짐으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을 나서자마자 무작정 달렸다. 달리는 동안에는 시간이 100분의 1배속으로 느리게 흘러가기에 영겁의 세월 속에 갇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계를 보면, 딱 30분이었다. 내가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자 출근 준비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 시간이다. 신기하게도, 이 30분만으로도 온 몸 구석구석 잠자고 있던 세포가 살아나고 폐업을 앞두고 있던 근육들이 영업을 재개하는 느낌이다. 일상에서 놓쳤던 해가 뜨는 모습, 분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그간 아침시간을 허비해온 나 자신을 채근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채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옷이 작아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모두가 다 아는 그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뒤늦게서야 현실을 마주한 나는 오늘도 '작아진' 옷들을 위해 달린다.


조웅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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