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선 기간에 축지법을 쓰신다는 후보 측으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안녕하십니까. 기호 O 번 OOO 입니다"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주위에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궁금하면 500원' 뭐 이런 건 아니지만 내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디서 번호를 알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친절하게 연락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상황이 되풀이되는데 왜 규제당국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 같은지,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공익과 개별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라는 사익을 비교형량해서 선거운동의 특정목적을 위해 일시적 시간에 집중된 사용을 고려할 때 공익적 요소를 더 크게 보아 개인정보법규 위반행위가 있다고 인정될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고발 및 징계 권고할 수 있는 권한(개인정보 보호법 제65조)을 행사하지 않고 가볍게 업무를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전화번호라는 개인정보를 정보주체로부터 직접 수집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다. 그 경우 100만명 이상의 정보주체에 관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등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화번호 사용 주체는 정보주체의 요구가 있을 때 그 수집 출처, 목적,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20조 제1항). 다만, 선거운동 전화나 문자가 기계식으로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보주체가 미처 그런 요구를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를 선거에 사용하는 측의 다른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즉, 거의 대부분 개인정보를 어느 곳에 제공했을 때 '선거운동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 대한 고지를 받고 그에 대해 동의한 기억은 없기에(물론 특정 후보나 정당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정보의 수집, 이용에 동의한 경우는 예외이다), 누군가가 전화번호를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것은 사실 정보주체가 최초 동의한 목적을 벗어난 사용이며, 따라서 정보주체가 아닌 어느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았을 선거운동 주체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선거운동을 위해 전화번호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 제71조 제2호). 결국 선거운동을 위해 전화번호를 사용하려면 정보주체에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선거 대비 준수사항'을 의결했다고 하니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 지켜봐야겠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