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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김병철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2022-05-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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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거라는 5년의 마지막날이 지나가고 있다. 운율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이 멋진 프로파간다가 각자의 입맛대로 회자되는 동안 우리는 BTS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환호했고, 머스크의 끊임없는 혁신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탈릭 부테린의 돈 마술에 웃고 울다가 윤여정의 완숙한 여유로움에 치유받았다.


이분들의 노력은 세상에 없던 잉여를 만든다는 본인만의 진한 희열에 팬덤의 찬사와 부까지 더해져 보답받았다. 저 멋진 프로파간다를 쥐어짜낸 무명의 필력가도 한동안은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화려한 성공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고 불행히도 이런 성공마저 오래 지속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우리는 성공의 뒤안길에서 켜켜이 쌓여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쁘다. 서로 부대끼다 상처받고 때론 피고름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이 갈등의 진액들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 밑바닥에 고여 썩기 마련이기에 미리 정한 룰에 따라 이를 정제해 걸러낼 일꾼이 필요했고, 우리는 이를 고상하게 '법률가'라 칭해 대접해 왔다.

허나 아무리 잘난 법률가도 죽은 피해자를 살려낼 수 없고, 빼돌려 다 써버린 돈을 찾아줄 수 없다. 세상에 없던 잉여를 만들기는커녕 원래 있었거나 있었어야 할 상태대로 온전히 돌려놓기가 녹록지 않다. 팬덤의 찬사는 고사하고 욕이라도 먹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게 법률가의 질긴 숙명이다. 앞서 언급한 분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상을 이끌고 나갈 때 법률가는 가장 깊고 후미진 밑바닥에서 오물을 뒤집어쓴 채 우리 공동체의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사역을 해야 한다. 존경하던 선배 법조인들께서 지나치리만큼 자중하고 조신하게 처신하신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법률가들이 거꾸로 세상의 끄트머리를 움켜잡고 흔들면 어찌 되겠는가. 우리가 실제 본 것처럼 그야말로 '난장'이 벌어지는 거다. 그 한복판에 서서 한줌의 법지식과 힘으로 세상을 재단하려던 '헤롯'과 '헤로디아의 딸' 덕분에 국민이 선택한 또 다른 법률가의 5년이 내일부터 시작하게 된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 5년이 뭐가 그리 못미더운지 이 잡문이 똬리를 틀어갈 즈음 갈등의 진액을 정제할 룰들에 대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개정절차가 마무리되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하디 착한 우리 이웃들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부디 내일부터 이런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내는 5년 대신, 손에 잡히지 않는 프로파간다로 분장된 5년 대신 앞서 언급한 분들을 뛰어넘는 각양각색의 우리 인재들이 차고 넘쳐나는, 실속있고 활력있는 5년이 되기를 희망하고 기대해 본다.



김병철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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