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석결과 다른 사람과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조분의 1이 안 된다고 한다. 상습절도죄 등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복역한 48세 피고인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칼을 피해자인 택시기사의 목에 들이대어 제압하고, 미리 준비한 검정색 비닐테이프로 택시기사의 손과 발을 묶고 피해자로부터 택시 등 금품을 강취한 것으로 기소된 일이 있다. 검정색 비닐테이프에 나타난 DNA 분석결과가 피고인의 DNA와 일치하는 상황에서 과연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아니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배짱 있는 변호인이 있을까? 그런데 법원은 2010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서울중앙지법 2010고합407 판결)되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DNA 감정과정에 오류가 있다거나 증거물이 조작, 혼동되었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된 상태의 무죄판단이었다. 무죄의 이유를 살펴보면, "피해자가 진술하는 범인의 모습과 실제 피고인이 다르고, 실제 범인은 강취한 택시를 서울에서 양평까지 운행했는데 피고인이 운전면허가 없고 평소 운전을 못해서 대중교통만 이용했으므로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우연히 만진 바 있던 검정색 비닐테이프를 범인이 입수하여 범행에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