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언(直言)이란 옳고 그른 것에 대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기탄없이 말하는 것을 뜻하고 참언(讒言)이란 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치는 것을 뜻한다. 윗사람이 되어 아랫사람의 말이 직언인지 참언인지 정확히 구별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랫사람의 올바른 직언이 현명한 윗사람에게 받아들여질 때 인재가 모여들어 나라든 조직이든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윗사람이 직언과 참언을 구별해내지 못하고 아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뜻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등질 때 나라나 조직이나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치세 중 하나로 꼽히는 당 태종의 치세를 정관의 치(貞觀의 治)라 부른다. 당 태종과 신하들 사이에 주고받은 문답을 정리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당태종은 신하들의 직언이 없음을 힐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천자(天子)의 조칙에 옳지 않은 점이 있으면 누구나 강력하게 자기의 견해를 주장하여 철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근자에는 다만 천자의 분부에 무조건 순종하여 천자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한느낌이다. 그저 '지당하옵니다'만 연발하여 적당히 결재하여 통과시킬뿐 단 한 마디도 간(諫)하는 자가 없다"고 말하였다. 이에 방현령 등은 머리를 조아리며 깊이 그 태만을 사죄하였다.
중국 역사상 또 하나의 위대한 치세로 불리는 당 현종 초기를 개원의 치(開元의 治)라 부른다. 훌륭하고 강직한 재상(宰相)이었던 한휴는 당 현종의 잘못에 대하여 기탄없이 직언하였고 현종도 귀를 기울였다. 한휴가 재상에서 물러난 뒤 한 신하가 현종에게 "한휴가 재상이 된 뒤 폐하가 더 야위셨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현종은 "정말 그렇다"고 하면서 "그러나 내가 야윈만큼 백성은 살쪘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나라나 조직이나 잘되고 발전하기 위하여는 자신의 직을 걸고 직언하는 아랫사람이 필요한 것이고 윗사람은 직언과 참언을 가려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과 도량이 있어야 한다.
조선의 태종은 조선 개국 후 정도전에 밀려 울분을 되씹고 있을 때 조준으로부터 대학연의(大學衍義)를 몰래 선물 받았다. 태종은 직언과 참언의 차이를 구별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대학연의에서 배웠다고 말하였다. 태종은 신하들과 신문고 문제를 논하다가 남을 모함하는 참언과 직언을 구별하는 일이 어렵다는 신하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함하는 참언과 직언을 정확히 가려내기가 가장 어렵다. 만약 임금이 신하들의 직언을 모함하는 말로 받아들인다면 큰 실수다. 대학연의에서도 군주가 늘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남을 모함하는 참소나 참언이라고 했다."
직언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직언은 자리를 걸고 말해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직언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주역에서는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는 일'에 비유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직언하는 사람은 현명해야 하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먼저 깨끗해야 하고 순수해야 하며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떠들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 남을 잘못 비판하였다가는 그 화살이 자기에게로 날아올 수도 있다. 윗사람은 직언과 참언을 구별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직언을 받아들일 만큼 도량이 넓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혼신의 힘을 바치게 마련이다. 올바른 직언이 현명한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때 나라나 조직이 크게 발전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에 반하여 어리석은 자를 현명한 사람이라고 천거하고 현명한 자를 소인이라고 내치며 지도자가 독선적이고 무능하기까지 할 때 나라나 조직이나 위망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박헌경 변호사(대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