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프로젝트팀과 법무법인 수임제안 미팅에 함께 간 적이 있다. 특수 분야의 사업을 하는 회사의 인수합병 건이 걸려 있어서,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은 변호사님께 연락을 드려 일정을 잡았다. 그 변호사님은 해당 프로젝트 진행 시 유의해야 할 포인트,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주요 절차, 예상 일정, 협상 포인트 등에 대해서 도움이 되는 의견을 주셨고, 나는 해당 팀을 선임하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무진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같이 미팅에 참여했던 실무자는 본인이 질문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실무에서 문제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한 번 더 검토해 보고 의견을 드리겠다"는 변호사님의 코멘트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즉시 답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을 들여 한 번 더 검토해 보겠다는 말을 듣자 다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소 당황했다. 회사의 인수합병처럼 다양한 법률관계가 문제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말 실력이 있는 변호사들도 해당 사안에 비추어 재차 리스크가 될 만한 쟁점들에 대해 팀 단위 숙의를 거쳐 의견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법무팀에서는 그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의견을 주는 변호사, 그런 변호사가 속한 팀의 의견을 더 신뢰했다. 사내변호사와 실무자 간 선임하고자 하는 로펌의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프로젝트팀의 리더는 법무팀 입장에서도 고객이다. 그래서 한 번 고민을 해봤다. 고객이 바라는 대로 즉답을 주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가? 생각 끝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관련 분야의 업무사례를 꾸준히 쌓아온 변호사라면, 관련 법 규정, 판례의 태도 등에 대한 의견은 즉석에서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리스크 의견, 소송전략과 방향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주기보다는 전문가의 시선에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하고 한 번 더 고민해 본 답을 주는 것이 더 유능하고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간단한 사안에 대한 자문의견을 줄 때에도 늘 곱씹어보는 질문이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