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회생사건을 처리하면서의 일이다. M&A 방식을 택했는데, 인수자가 의료법인에 무상출연 15억 원, 자금대여 60억 원을 지급하고 이사추천권을 얻는 방식이었다. 주심판사는 업무에 서툰 나를 위하여 관련 쟁점을 정리해서 설명해주었다. 이와 같은 이사추천권 승계방식이 의료법 51조의2, 즉 '누구든지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나 ① 입법취지가 의료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 처벌하기 위한 것인바, 금원을 제공받는 측이 기존 운영권자가 아니라 의료법인 자체이므로 위 조항에 위배되지 않고, ② 실무상 널리 위와 같은 방식을 취한다는 취지였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주심판사에게 배임수재죄에 관한 형법 357조 1항 조문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 처한다'를 보여주었다. 주심판사는 두 규정이 행위주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므로, 형법 357조 1항의 해석이 의료법 51조의2의 해석에 유력한 참고가 되고, 결국 사무처리를 위임한 법인 자체가 금원을 수수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19도17102 판결 참고)는 배임수재죄의 내용이 의료법 51조의2에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부분을 첫째 논거로 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기본적으로 같은 문언은 같은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형벌 규정에 해당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