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소송에서 패소한 상대방 당사자가 저지른 방화로 한 명의 변호사님과 여섯 명의 법률사무원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상대방 당사자가 사건 패소 후 변호사사무실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언론 기사를 처음 접한 순간,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 소송대리인을 향한, 방향이 잘못된 공격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에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다.
변호사들은, 그리고 법률사무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은 대체로 분쟁의 최전선에서 일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변호사가 된 후 법원에서, 검찰청에서, 경찰서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그전까지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범죄를 저지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지금 처한 상황이 절박한 나머지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대립당사자로, 때로는 의뢰인으로 만나고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라는 업이 어렵고 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전 고소대리를 했던 사건에서, 피고인의 가족이 고소대리인인 나의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 감옥에 보내 놓으니까 속 시원하신가요? 다른 사람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본인 눈에서는 피눈물 나는 법이에요"라고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사람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건 본인이 저지른 죄뿐입니다. 가족분께서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제가 무슨 수로 재판부를 설득했겠어요?"라고 답변하면서도 속으로 나와 가족은 안전한가, 움찔했었다.
변호사들은, 그리고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는 법률사무원들은 의뢰인의 최대한의 이익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한다. 패소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분노가 때론 방향을 잘못 잡고 이들에게 향할 수도 있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통감했다. 이번 사건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빈다. 그리고 생존하신 분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를, 또 일선에서 의뢰인을 위한 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