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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편집인 칼럼
진보도 보수도 아닌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2022-07-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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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변화의 조건이다. 시간은 양적 개념이 아니라거나, 시간의 흐름은 화살의 궤적처럼 선형적이지 않다거나,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학자들의 현학적 목소리는 현실의 보통사람들에게 무의미하다. 무엇인가 변화가 생겼을 때 거기에는 시간의 경과가 작용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안팎으로 변화를 겪는다. 변화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인간 존재를 포함한 삼라만상이다.

  

변화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상존하는 현상이라면, 사회라는 하나의 계(系)에서 이루어지는 점진적이며 다발적인 변화에 거는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방향성에 대한 기대다. 어차피 일어날 변화라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의 변화는 발전 또는 진보라고 등급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에는 퇴보도 나타난다. 마땅히 진행해야 할 방향과 반대쪽으로 변화가 발생하는 사태를 일컫는다. 당연히 한쪽에서 퇴보라고 지적하는 변화를 발전이라고 환영하는 다른 쪽도 있게 마련이다. 사회 현상을 하나의 질문으로 간주하면, 거기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양가적이기 때문이다. 정답이 하나뿐인 문제라면 누가 고민하겠는가.

 

발전이든 퇴보든 방향성을 가지는 변화다. 그런데 발전은 진보와 다르다. 발전은 방향이 앞쪽이든 뒤쪽이든 상관없다. 양적으로나 복잡도에서 더 큰 쪽으로 경향성을 보이면 발전이다. 진보는 양보다 질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지칭한다. 케케묵은 정치 운동 마당의 용어와 구별된다. 나은 방향의 기준 하나는 근대성이 될 것이다. 근대성은 고정된 과거 어느 시점에 반짝였던 지표가 아니라, 미래가 우주의 팽창처럼 달려가면 뒤따라가는 것이다. 야만에서 벗어나는 것,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고 합리적인 것, 덜 어리석은 것이다. 그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태도가 진보이며,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이전의 상태와 가치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보수다. 퇴보는 진보의 반대이지만 보수도 아니다.

 

미대법원 반세기 전 결정 번복
시대 역행에서 현기증 느껴
허망한 퇴보 참고 견뎌야 하나

 

미국에서 일어난 변화에 세계가 반응한다. 연방대법원이 낙태의 권리를 확인한 반세기 전의 결정을 번복했다. 헌법적 쟁점이 아니라며 연방대법원 스스로 권한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권을 부인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의 선고가 획기적 진보였다면, 엊그제 돕스 대 잭슨 판결은 보수인가 퇴보인가? 보수 성향이라고 평가되는 연방대법원 판사 6명의 결론이라고 단순히 “보수적”이라는 후한 평점을 줄 수는 없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심한 시대적 역행에서 비롯하는 현기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퇴보의 충격이다.

 

변화란 묘한 현상이다. 대개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가 변하기를 기대한다. 자신도 함께 바뀌면 변화의 극적 효과를 누리지 못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변화란 정의하기도 힘들지만, 평가하기는 더 어렵다. 그렇지만 시대의 눈에 비치는 퇴보는 퇴보다.


삶의 역사에서 긍정적 방향의 변화와 부정적 방향의 변화가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세상의 형평을 유지하기 위한 섭리일지 모른다. 변화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면, 결국에는 종말에 도달하고 말 테니까. 그렇다고 세상의 막다른 지점에 닿지 않기 위해서 허망한 퇴보를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종국에 도달하는 사태를 감수하는 편이 낫다. 진정한 진보의 종착지는 파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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