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에게 커피콩을 주며 활성물질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고, 룽게가 1819년 처음으로 커피콩에서 물질을 분리해냈다. 이후 그 물질의 이름은 커피에서 유래한 카페인으로 붙여졌다. 국제순수·응용화학 연합(IUPAC)의 명명법에 따르면 카페인은 1,3,7-Trimethylpurine-2,6-dione이 된다. 이름에 퓨린(purine)이 들어가 있는데, 카페인의 원리와도 관련이 있다.
수면에 관여하는 물질 중 하나인 아데노신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ATP의 구성물이다. 대사활동을 통해 ATP가 만들어지고, ATP가 분해되는 연쇄적인 과정을 통해 아데노신이 생성된다. 아데노신이 축적되면서 뇌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자극하면 몸이 피로하다고 인식하게 되고 이것이 수면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후 잠을 자면서 아데노신이 제거되면 수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깨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데노신에도 카페인과 같이 퓨린 구조가 있어서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 중 일부와 결합하여 아데노신을 경쟁적으로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반대로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밖에 아데노신 수용체는 암과도 관련이 있어서 카페인과 암과의 관계에 대한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카페인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우리 몸은 이에 대응하여 아데노신 수용체를 많이 만들어내게 되고, 같은 양의 카페인에 대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카페인과 낮잠과의 관계에 대하여 커피냅(coffee nap)으로 알려진 것이 있다. 카페인이 흡수되어 뇌에 도달하여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용해서, 그 20분 동안 낮잠을 자는 것이다. 20분 정도의 낮잠은 깊은 수면에 빠지지 않으면서 아데노신의 양을 줄여 수면 압력을 낮추게 되고, 깨어나면 카페인이 작용해 각성 효과까지 얻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카페인 복용이 수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커피냅을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식약처는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으로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권고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성인은 커피 4잔 이하, 청소년은 에너지음료 2캔 이내로 마시는 게 카페인 과다섭취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소비자 안전을 위하여 식품 표시 광고 법령에 따라 1mL당 0.15mg 이상 카페인을 함유한 액체 식품 등은 고카페인 함유 및 총 카페인 함량 문구를 표시하여야 하고, 반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카페인을 90%(미국의 경우는 97%) 이상 제거한 차와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지 않다. 위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과자, 캔디류, 빵류, 아이스크림류, 코코아가공품류, 초콜릿류, 당류가공품, 견과류가공품류, 시리얼류 등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페인은 콜라에도 들어 있는데, 식품첨가물공전에 따라 향미증진제로서 탄산음료에 한하여 0.015% 이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약품 중에는 진통제, 종합감기약 중에는 무수카페인이 포함된 것들이 있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등 운동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운동 전에 복용하거나 보충제로 먹기도 한다.
카페인의 부작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통, 불면, 짜증, 긴장, 빠른 심장박동, 근육 떨림 등이 나타난다면 카페인 섭취량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