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정치를 하고 싶다며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말립니다. 세 가지를 잃게 될 거라고 가볍게 웃으며 조언합니다. “삶의 질이 떨어질 겁니다. 지적 역량이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돈이 줄어들 겁니다.”
정치는 머리 아닌 가슴으로
2인자의 굴욕 마다하지 않고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생각
결과위해 적과도 손을 잡아야
아무리 그런 말을 들었다고 정치를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러면 정치가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보라며 몇 가지 얘기를 덧붙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왜 서울대(특히 법대) 출신이 정치에서 실패하는지”도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정치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합니다. 정치를 혼자 합니다.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릅니다.”
그러면서 ‘3김’ 얘기를 해줍니다. ‘3당 합당’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 네 번의 도전 끝에 70대에 대통령이 된 김대중, 2인자의 굴욕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종필 모두 ‘포르투나’를 극복할 ‘비르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발견한 것은 다른 이유입니다. 그들은 정치가 재미있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이 말은 노력이 아니라 ‘영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노력이라고 말한 무수한 실험이 에디슨은 재미있었습니다. 3김도 정치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3김에게 받은 또 다른 영감은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3당 합당’, ‘DJP연합’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반대로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은 종교인, 언론인, 법조인, 학자, 시민운동을 하는 게 낫습니다. 정치가·군인·기업인은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의 영역입니다. 결과를 위해서는 적과도 손을 잡는 담대함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정치를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