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글은 합격을 위한 공부량이 객관적으로 부족한 수험생들을 위한 것이다. 지금은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할 시기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공부량이 떨어지는 경우 내년 시험이 아니라 내후년 시험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남들이 최종 정리를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곤란하다. 남들처럼 했을 경우 그 이후의 경과는 뻔하다. 다음처럼.
아무리 공부량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객관식 시험보다 주관식 시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아무래도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다. 그러다 보면 금방 4월이 되고 낙방하고 고개를 들면 벌써 5월이 성큼 다가와 있다. 시험에 낙방한 쓰라림을 안고 다시 책상에 앉아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에서 공부가 잘될 리 없다. 낙방 후 가장 힘든 것이 합격생들과의 비교다. 자괴감과 후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겠기에 책상에 앉았으나 아뿔싸 기본서를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모의고사까지 석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기본 강의를 천천히 다시 듣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빡빡하다. 그런데 학원의 경우 5월부터 7월 사이에 기본 강의가 아닌 핵심 강의를 하고 거기다 사례까지 병행하게 되므로 맘 편하게 기본서를 정리할 입장도 아니게 된다. 왜 발표를 기다리면서 허송세월했는지 후회가 밀려오게 된다. 꿀 같은 3달이 너무도 안타깝다. 결국 작년의 판박이가 되어 간다. 허겁지겁 학원 강의를 쫓아가다 보면 1년 전의 나로 돌아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감한다. 또 올해와 같은 결과가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잘 생각해보자. 변호사시험 경쟁률은 약 2대 1이다. 모든 시험이 그렇지만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만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제법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시험의 실질 경쟁력은 많아야 1.5대 1 정도가 된다. 기본적인 실력을 가지고 정리만 잘 하면 누구나 붙을 수 있는 시험이 된다는 것이다. 왜 내가 합격생들을 위한 허수가 되어야 하는가.
필자의 제언이 자존심 상하고 불쾌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감정이 내 아픈 구석이 찔렸을 때 오는 느낌이라면 신중하게 응답할 필요가 있다. 학원은 변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평균적인 수험생들을 기준으로 1년 커리큘럼을 마련한다. 실력이 부족하여 소외되는 수험생들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금부터 내후년 시험을 위한 모의고사까지는 무려 1년이라는 기간이 남았다.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기본서를 찬찬히 정리하고 거기에 사례 및 기록 강의까지 넉넉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학원에 돌아왔을 때 학원 강사의 설명이 너무도 쉽게 명료하게 들릴 수 있다. 완벽하게 합격하는 꿈을 꿀 수 있다. 명심하자. 전쟁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겨 놓은 싸움을 전쟁으로써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인생에 있어서 1년 늦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하고 생각하고 과감히 결단을 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메가로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