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여~”
법정으로 들어서는데 방청석 쪽에서 저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법대에 앉아보니 방청석이 반쯤 차 있다. 딱 봐도 두 무리로 나뉘어 있다. 그들은 각각 경쟁하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뭐라고 웅얼웅얼거린다. 앞서 얼핏 들은 것 같은 ‘주여~’ 소리를 생각해보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과연 하나님은 어느 쪽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이걸 사실은 재판부만 알고 있다는 게 어쩐지 불경스럽게 느껴진다.
교단에서 개별 교회의 담임목사를 해임하는 처분이 내려지고, 당사자인 목사가 법원에 그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그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대개 두 무리로 나뉘게 된다. 쫓겨난 목사님을 응원하는 쪽과 새로 온 목사님을 지지하는 쪽. 아마도 각각 하나님께 ‘능력의 하나님, 판사들의 생각과 마음에 역사하시어…, 아멘’이라는 기도를 할 것이다. 법정에서까지 기도하는 모습을 흔히 보긴 어렵지만, 서로 다른 방향의 ‘역사’를 간구하는 그들의 기도에 하나님도 참 난감하시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교회 재판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교단이 이른바 ‘헌법(!)’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설치된 재판국도 있으며 인사 관련 분쟁이 있으면 권징재판이라는 형태의 절차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사회법(그 분들은 그렇게 부른다)’에 의한 법원 재판 못지않게 엄정한 과정을 거쳐 ‘판결’까지 한다. 이른바 ‘판결문’을 읽어보면, 법률가가 작성한 것이 분명하다 싶을 정도로 꽤나 그럴듯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물론 종교인들에게도 헌법상 재판청구권이 있기에 그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왕에 자체 분쟁해결 시스템을 저렇게 잘 갖추고 있다면, 가급적 교회분쟁은 그걸로 해결하면 좋겠다. ‘사회법’에 의탁하는 것은 최소화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최근 종교 관련 사건이 (체감상) 늘어나는 걸 보면,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는 비단 기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교의 경우에도 조계종을 형성한 비구승들과 태고종을 형성한 대처승들 간의 분쟁인 ‘선암사 사건’이 생각난다. 법원에서 십 수 년째 여러 재판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통사찰의 주지 임명 관련 분쟁이나, 신흥사찰의 재산 소유 관계에 관한 분쟁 등 종교인들끼리는 해결점을 찾지 못해 법원을 찾는 사건은 갈수록 많아진다.
심지어 선암사 사건 관련해서는 패소 종단 측이 법원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내는 등 ‘장외 압력’까지 행사하려는 조짐을 보여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기독교. 중생을 성불의 길로 이끌고자 하는 불교. 그 밖의 여러 종교들. 지금까지 오랜 기간 그래왔던 것처럼, 종교만이 갖고 있는 향기로 세상의 분쟁 압력을 줄이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일까.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