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정부에서와 같이 법무부 장관이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필자까지 법무부 장관의 취임 100일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연락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법’의 시행을 앞두고 펼쳐놓은 검찰수사의 마무리가 더 급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임명이 미루어졌고, 계속된 검찰 인사에 검찰총장으로서 관여하지 못해 벌써부터 ‘식물총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장관·총장 왜 굳이 따로 임명할까
한때처럼 싸우는 관계도 싫지만
너무 친밀해도 긴장관계 안보여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의문 가져
새 정부에서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과 함께 그래도 기대해 보는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첫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굳이 따로 임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다. 같은 연수원 동기이면서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고 이심전심으로 아주 잘 통하는 사이라고 하니 미국처럼 한 분이 겸임해도 되지 않을까. 이전 정부에서 한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원수처럼 싸우는 것도 보기 싫지만 너무 친밀하여 아무런 긴장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도 공정한 검찰권행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구체적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한 감동은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대선공약을 이행한다는 의미에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도 지휘·감독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정부에서 제출하면 어떨까. 둘째,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는 예상 밖의 파격이었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는 예상된 뻔한 인사였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라는 곳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는지는 몰라도 이미 내정된 분이 검찰총장이 되는 길만 열어준 것 같아 몹시 아쉽다. 새 정부에서 불필요한 위원회를 과감히 없애겠다고 하는데, 오로지 합법적인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한 의미 없는 위원회를 세금절약 차원에서 좀 더 과감하게 없애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셋째, 검찰총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법무부 장관은 이전 정부의 장관들과 같은 ‘싸움닭 모습’을 보여서 너무나 불편하다. 야당의원이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많겠지만 엄연히 국민의 대표인데, 저렇게까지 무시하고 비아냥거릴 수 있을까. 국민들은 법무부 장관이 이전 장관들처럼 무지막지하게 싸우기 보다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는 당당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넷째, 법무부 장관이 검사 시절에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정권교체 후에 무혐의를 받았으나 항고 상태에서 결국 아이폰을 그냥 수령하고 말았다는 소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피의자로서는 당연한 권리이겠지만 검사이었고, 법무부 장관까지 된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실히 쌓을 절호의 기회를 저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법무부 장관이 공정한 검찰인사와 더불어 검찰수사에 외압을 막아주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과 같이 피의자의 이름을 따지지 않고 똑같은 기준으로 수사 지휘를 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정말 그것이면 족하고 더 이상의 기대가 필요하겠는가.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