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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에서
레벨업을 위한 방법(3) - 노동 분야 최신 교과서 읽기-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2022-09-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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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초임부장 시절 사건이다. 피고인이 모 상장사 간부였는데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당해 사안도 그리 가볍지 아니한 음주운전이었다. 변호인은 취업규칙 등을 제시하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받더라도 당연 퇴직되므로 가족관계, 회사에서의 피고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2005년경부터 시행된 취업규칙에는 직무와 상관없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되면 당연 퇴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재미난 것은 위 피고인이 2009년경에 이미 음주운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도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던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에게 석명을 구하였는데 의미 있는 답변이 없었다. 그 후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등을 선고하면서 회사에서 퇴직된다는 점을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올 여름 휴정기에 2022년도에 발간된 재판실무편람 노동편을 읽기 전까지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법관 생활 내내 노동 사건을 별반 다뤄본 적 없던 나는, 위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법시험 준비하던 시기와 비교하여 노동 분야의 판례 법리가 얼마나 발전했고 정교해졌는지 몸소 체험했다. 최근 20년간의 노동 분야의 법개정과 이에 관한 판례 등을 살펴보니 오히려, 최근의 민사 등의 새로운 법리들이 알게 모르게 노동 분야에서 상당 수준 정립된 것을 차용한 것으로 보였고 결국 노동 분야의 법리 발전이 모든 법률 분야의 법리 발전에 중요한 원천이 된 것으로 보였다. 특히 징계절차나 차별금지 관련 분야의 판례들이 그렇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법조인들끼리 같은 부분에서 여러 차례 맞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노동 분야는 특이하게도 기업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 근로자를 대변하는 노동 전문 로펌, 그리고 중간에 행정기관으로서 집행업무를 담당하고 법정에서 기업 또는 근로자를 대변하는 노동위원회 등을 통하여 최고 수준의 법정쟁송을 벌이고 그 결과 노동 분야를 넘어선 최신의 보편타당한 법원리를 만들고 있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벌인 싸움에는 엄청난 전리품이 남는다.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쌓고 레벨업을 할 때 아무 사냥터나 가서는 효과적으로 레벨업 할 수 없다. 물약도 많이 주고 아이템과 경험치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좋은 사냥터에 가서 사냥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최신의 노동법 관련 판례들이 정리되어 있는 책자를 한 번 읽어보자. 시간 대비 아주 빠른 속도로 법률가로서 레벨업을 할 수 있고 민사, 형사, 행정사건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돌아와 부족했던 2019년도의 나를 본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 등과 달리하더라도 그 사유가 사망,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가 아니라면 그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해고라고 볼 것이고, 이와 같은 해고의 정당성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므로(대법원 2007다62840),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하더라도 위 기업은 당연히 피고인에 대하여 해고의 정당성 심사를 하므로 위 취업규칙을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양형참작사유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공무원이나 민사단체의 임원의 경우에 법령상 또는 규칙상 당연 퇴직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별도의 심사 없이 당연히 퇴직하는 것과는 대비된다(대법원 95누6496).

반대로 최근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운전원의 버스 수입금 800원 횡령 해고 사건(서울행정 2011구합25876)을 보자. 당해 운전원은 약 2주간에 걸쳐 승객 2명으로부터 각 6400원 씩 받았음에도 6000원만 받은 것처럼 현금일보에 허위로 기재하고 400원씩 두 차례 착복했단 사유로 해고되었다. 횡령액이 소액이라서 가혹하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있긴 하다. 그런데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이 운송수입금을 부정 착복한 증거가 확실한 경우 노조와 협의 없이 해고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실제 이 회사는 회사 운영의 근간이 되는 운송요금의 염결성을 강조하여 요금 착복을 하지 말아 달라며 운전기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여 주고 그 대신에 노사 간 합의로 버스에 CCTV를 설치하고 그 판독 기사를 따로 고용했다. 그와 같은 사정 하에서 도출된 노사 간의 합의와 신뢰를 위반한 운전원의 해고를 수긍한 판결이 과연 후보자가 머리 숙여 사과할 정도의 비정한 판결인가? 난 법리와 세상 물정에 맞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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