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임대인과 임차인이 그러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치려면 등기소에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렇게 체결된 전세권설정 ‘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일까?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 판례(2009다35743 판결 등)는 무효로 보고 있는데, 위 판결은 그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범위를 구체화하였다. 즉,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는 연체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돈을 전세금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 외관은 ‘전세권’ 계약으로서 ‘차임’이 존재할 수 없어 연체차임 공제가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불일치 범위에서 전세권설정 ‘계약’은 통정허위표시 무효라고 보았으며, 물론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이러한 무효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위 전세권을 목적물로 하는 전세권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의 행사로 전세금반환채권에 압류 및 추심이나 전부명령 받아 전세권설정자(임대인)에 대하여 추심금 혹은 전부금을 구할 경우, 전세권저당권자가 저당권 설정 당시에 이러한 전세권등기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담보 목적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전세권설정자가 연체차임 등 공제로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전세권저당권자가 설령 악의라고 하더라도, 그는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 전세권설정 ‘계약’에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부분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전세권설정 ‘등기’는 담보물권 등기로서 그 효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유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시 부분은 해당 쟁점에 대한 기존의 법리가 구체화 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논의로 볼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만약, 임차인의 연체차임 합계액이 임대차보증금(혹은 전세금) 금액을 초과하여 이를 공제하고 남은 돈이 없다면 악의의 전세권저당권자에게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에 대한 승낙을 구할 수 있을까? ‘악의’의 전세권저당권자에 대하여는 연체차임 공제 항변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권설정등기 자체는 담보물권으로서 유효하더라도 그 피담보채권이 0원인 사실로 대항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승낙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1) '대법원 2021. 02. 25. 선고 2016다232597 판결'은 후순위 담보권자가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후순위 담보권자는 선순위 담보권의 피담보채권 소멸로 순위 상승이나 배당액 증가라는 반사적 기대이익을 가질 뿐 직접 이익을 받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 근거이다. 저당권자가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할 때는 배당액 감소 우려를 저당권자의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으로 보아 확인의 이익을 긍정한 것과 구별해야 한다.
12) '대법원 2022. 05. 26. 선고 2020다206625 판결'은 甲과 乙이 丙을 상대로 자신들의 채권액 비율로 안분한 추심금만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가 甲은 인용되고 乙은 기각되었는데(선행소송), 甲이 乙의 기각 부분을 나머지 추심금으로 다시 丙에게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甲이 선행소송 계속 중인 동안 나머지 부분에는 재판상 청구가 아닌 ‘최고’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어서, 甲이 선행소송 종료일로부터 6월 내에 민법 제174조의 후속조치를 취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머지 부분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2019다223723 판결, 2018다44114 판결을 원용하면서 위와 같이 판시하였고, 만일 甲이 선행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6월 내에 나머지 부분의 추심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면 소멸시효가 중단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연석 변호사(법무법인 중용·메가로이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