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라는 변호사가 한 남자의 변호를 맡는다. 그 남자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체포된 후 범행을 자백하고 6년 동안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인 ‘슬라히’다. 낸시는 슬라히가 심한 고문 끝에 자백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군검찰관 ‘카우치’는 슬라히의 유죄를 확신한다. 그가 흉악한 테러범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기고, 그런 자를 변호하는 낸시에게 적개심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조국에게 그토록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변호합니까?”
관종 아니냐는 뉘앙스다. 그러나 낸시는 차분하게 응수한다.
“나는 테러범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조국의 법을 변호하는 겁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미국 법정 영화 〈모리타니안〉에 나오는 명대사다.
미국 법정 영화 중에는 유명한 것이 많다. 〈12명의 성난 사람들〉〈뉘른베르크의 재판〉〈앵무새 죽이기〉〈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어 퓨 굿맨〉〈필라델피아〉〈레인메이커〉 등은 우리 귀에 익다.
국내에도 〈변호인〉〈재심〉〈의뢰인〉〈부러진 화살〉 등으로 대표되는 법정 영화가 있다. 국내외 드라마에서도 재판 이야기는 흥행을 이끄는 소재다. 얼마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절정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재판을 다루는 사례가 넘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제공하는 드라마 중에서도 법정 드라마는 인기 순위가 높다.
줄거리도 줄거리거니와, 번득이는 대사, 진실과 허위를 가르는 양측의 날카로운 공방, 예상을 뒤엎는 반전과 반전의 연속, 정의의 메시지를 담은 승리의 결말 등이 법정 영화나 드라마에 인기를 더하는 요소 아닐까 짐작한다.
재판 이야기는 좋은 글감이기도 하다.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 말고도 재판 관련 저술은 아주 많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스콧 암스트롱이 쓴 〈지혜의 아홉 기둥(The Brethren)〉이 압권이다. ‘아홉 기둥’은 아홉 명의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칭한다. 〈더 나인〉은 그 속편 격이다. 그 밖에도 재판을 다룬 국내외 책이 꽤 많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비롯,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세상을 바꾼 법정〉〈재판으로 본 세계사〉〈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세기의 재판〉〈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 등이 그것이다.
정치영역서 해결해야 할 사안
법원의 문 두드리는 경우 잦아
이런 현상이 ‘정치의 사법화’
성찰과 해법은 누구의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