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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편집인 칼럼
[차병직 편집인 칼럼] 반대의 방식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2022-10-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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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의 고유한 속성으로 운동 상태의 변화에 저항하는 관성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질량이다. 장소나 상태에 따라 변하지 않는 무게 같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을 제시했다. 원자력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현실화하는 출발점이었다. 원자력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원자가 쪼개질수록 거기서 비롯하는 에너지의 힘과 양은 엄청났다. 막대한 에너지가 인류를 가난과 궁핍으로부터 해방시킬 전망이 펼쳐졌다. 영향력이 클수록 반대 또한 심한 법이어서, 무기로 사용될 때의 파괴력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이 본질의 결함으로 제기되었다.

원자력 찬반 논쟁의 뜨거움은 사형제 존폐론 이상이지만, 의외로 해답은 간명하다. 안전성만 확보되면 반대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미 알고 있는 그 해답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해답을 찾아 가는 길의 가장 큰 장해는 바로 길 그 자체이다. 수학 문제처럼 책상 앞에 앉아서는 풀 수 없다.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재작년에 사망한 신망 받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도 방사능 낙진이 생기지 않는 핵폭탄이나 우주선 연료를 개발하려면 “수없이 많은 실험을 거쳐야 가능하다”고 했다. 원자력 딜레마다.

작년에 눈을 감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였다며 아쉬워했다. 완벽하게 봉쇄하지 못했던 이유는 쓰나미로 바닷물이 들어차 발생한 정전으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설을 지하에 설계한 미국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백 가지 원자로 설계가 가능한데, 정치적 행정적 규제로 열 가지 정도만 살아남았다는 다이슨의 말과 상통하는 점도 있다.

에너지 안보 정책 수립해야 할 정치권 싸움만
원자력 무조건 폐기·원상회복도 옳지 않아
구체적 계획 제시해 상대방 설득해 나아가야


더 놀라운 것은 다치바나의 그 다음 언급이다. 체르노빌 사건은 후쿠시마보다 25년 전에 터진 원전 사고지만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컸다. 모든 정황은 소련의 폐쇄성 탓에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일부 첩보에 의하면 러시아는 그 뒤로도 계속 사고를 일으키며 개발에 몰두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실험을 계속해 언젠가 완벽한 원자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에너지 주권을 장악하여 세계를 지배할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물론 그런 걱정을 일종의 음모론으로 일축하는 견해도 있다.

완벽한 원자력이 어느 곳 어디쯤에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이미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법을 시범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현안이라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돌발변수를 가정한다. 원자력은 전력 공급원의 의미를 넘어섰다. 전략적 핵심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국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기저부하에 안정적 전력 공급을 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의 유지와 개발이라는 과제가 대두된다.

에너지 안보와 전환의 필요성을 최적의 비율로 안배하는 정책 수립에 몰두해야 할 우리 정치권은 혼란스러운 싸움에만 휩싸여 있다. 녹색에너지 노선을 선택한 지난 정부의 결정은 지지할 만하지만, 원자력을 무조건 없애야 할 악으로 간주한 태도는 대단한 실책이었다.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깨끗한 에너지국가 실현을 위해 함께 참고 견뎌 보자고 호소해야 옳았다. 정권을 쟁취한 지금 정부가 지난 정부는 옳지 않으니 폐기된 원자로를 모조리 원상회복시키는 일만 옳다는 방식 역시 옳지 않다.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거나 제시할 계획을 밝히며 설득해 나아가야 옳다. 옳다고 해서 근본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싸움의 방식은 옳아야 한다.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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