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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의 와인여정] (20) 이태리와인 프랑스와인
2022-11-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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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과 변화무쌍, 복잡 미묘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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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 현대경제이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는데, 담당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원로 교수였다. 교수 포함 인원이 5명밖에 안 되는 세미나 코스였는데, 수업마다 읽어야 할 과제가 책과 논문 등 수백 페이지가 넘는 살인적인 분량이어서 종종 잠을 설치곤 했다. 전공 필수 중의 하나였고, 좀 큰 테이블에 다섯 명이 둘러앉아 수업을 하니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망신과 낭패를 피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을 장황하게 요약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는데, 하루는 교수님이 칠판에 열개 남짓한 수식(equation)을 적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박하사탕이 녹는 듯한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더 궁극적인 충격은 그 코스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이 한 말씀.

"누구든 이 코스에서 다룬 모든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만족해도 된다(You deserve pride if you summarize (what we covered in this course) in a single phrase!).” 과연 신의 경지에 이른 대가만이 언급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동안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와인에 대한 대화를 나눈 많은 분으로부터 ‘프랑스 와인과 이태리 와인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짧게는 십여 분, 길게는 몇 시간에 걸쳐 열심히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는데(물론 나의 설명이 꼭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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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와인이 소피아 로렌(Sophia Loren)이라면 프랑스 와인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다.”

소피아 로렌이 영화 ‘해바라기(Sunflower)’에서 강렬한 태양을 듬뿍 받고 만개한 해바라기(일편단심 기다림의 상징) 벌판을 배경으로 열정의 화신으로 보여준 모습은 유년시절 이래 줄곧 나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부터 ‘전쟁과 평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수많은 작품에서 때로는 코믹하고 지적이고, 때로는 청순하고 비극적이고 우아하고, 고결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태리 와인에서는 개성이 강한 일관된 느낌을 받는다면, 프랑스 와인으로부터는 좀 더 복잡미묘하고 변화무쌍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과도하게 단순화된 표현이지만 많은 분이 대체로 수긍하는 것 같다. 좀 더 단순화해서 표현한다면, 이태리 와인은 처음과 끝이 거의 변하지 않고 일정한 반면, 프랑스 와인은 처음 오픈한 직후, 중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복잡미묘함이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특징이 프랑스의 철학 문학적 전통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노벨문학상이 창시된 이래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고 거의 모든 수상자의 작품과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주제는 깊이 사색하고 고뇌하는 번민이라는 것이다(이 주제로 나중에 와인과 문학작품을 연관하여 한번 서술해 볼까 한다).

이태리는 전 세계에서 와인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2위인 프랑스보다 약 30% 더 많다)이고 국토 또한 광활해서 다양한 품종의 포도로 수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지만, 단지 성격과 맛과 향이 서로 다를 뿐이지 각 와인의 개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래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구체적인 와인 명칭과 빈티지는 맞추기가 힘들더라도 이태리 와인인지 아닌지는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와인은 복잡미묘하고 변화무쌍함이 그 특징이니 구체적인 샤또 명칭이나 빈티지는 모르더라도 프랑스 와인인지 아닌지 정도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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